나는 거북이
인정은 타인에게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오랫동안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찾으려 했으니, 눈에 보이는 껍데기에만 매달려 온 지난날을 부정하기 어렵다.
학창 시절, 짝사랑하던 선생님이 떠오른다. 공부와는 담을 쌓았던 내가 유독 국사 시험에 매달렸던 건, 순전히 그 선생님께 인정받고 싶어서였다. 결국 100점을 받았다. 시험지를 돌려받던 순간의 뿌듯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헛웃음이 난다. 왜 점수만이 인정의 유일한 통로라고 믿었을까. 수업 시간에 눈을 맞추고, 복도에서 인사를 건네고, 맡은 일에 성실했더라면 어쩌면 시험지 위의 숫자보다 더 깊은 인정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성인이 되고, 직업 군인이 되면서 인정에 대한 갈망은 더 커졌다. 상급자의 표창, 그들의 한마디 칭찬에 목을 매듯 밤낮없이 일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정작 내 안에서는 하나씩 고장이 나고 있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했고, 마음이 내는 비명을 외면했다. 그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채.
돌아보면, 타인의 인정을 위해 보낸 시간은 진심이 빠진 연기와 같았다. 최선을 다한다고 하면서 정작 소중한 것들은 돌보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고, 그 외면이 쌓여 커다란 짐이 되어 나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알아차렸을 때, 내 앞에는 이미 많은 것을 잃은 채 후회와 자책 속에 서 있는 내가 있을 뿐이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일이 기쁨이 될 수 있고, 삶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이 삶의 목표가 되는 순간, 나라는 사람은 서서히 지워진다. 타인의 기대 속에서 타인의 삶을 사는 것만큼 외로운 일이 또 있을까.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하루라도 오늘은 오늘대로 지나가고, 삶은 여전히 흘러간다.
이제는 인정받으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나 자신을 찾는 일에 시간을 쓰고 싶다. 내가 나를 인정하지 못하면, 세상 누구의 박수도 내 안을 채워주지 못한다. 느려도, 부족해도 괜찮다고 나에게 말해주자. 그 조용한 자기 인정의 힘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가장 단단한 발판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