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요즘 너무 바빠서."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글을 쓰지 못한 이유, 책을 펴지 못한 이유, 아이와 눈을 맞추지 못한 이유. 돌아보면 모든, 못함의 자리에 바쁨이 있었다. 바쁨은 가장 손쉬운 면죄부였고, 누구도 반박하지 않는 완벽한 변명이었다.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바빴는가. 하루를 되짚어 보면 의외로 빈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에 나는 무엇을 했는가? 쏟아지는 뉴스를 훑고, 의미 없이 화면을 넘기고, 이미 본 영상을 다시 보고 있었다. 바쁜 것이 아니라, 바쁘다는 감각에 익숙해져 있었을 뿐이다. 바쁨은 상태가 아니라 습관이었다.
습관이 되어버린 바쁨은 교묘하다. 실제로 할 일이 많지 않은 날에도 마음만은 분주하다.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조급함, 가만히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 그 감정이 하루를 빽빽하게 채우고 나면, 정작 중요한 일을 위한 자리는 남아 있지 않다. 몸이 바쁜 게 아니라 마음이 바쁜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바쁜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주어져도 여유롭지 못하다.
바쁨이 습관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나는 하루에 딱 한 가지만 스스로에게 묻기로 했다. "오늘 정말로 중요한 일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날, 그 답은 아주 단순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것, 한 문장이라도 쓰는 것, 잠들기 전 오늘 하루를 가만히 돌아보는 것.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바쁨의 습관 속에서는 그 단순한 일조차 자꾸 밀려났다.
바쁨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게으르게 살겠다는 뜻이 아니다. 분주함 속에 숨어 있던 나의 진짜 우선순위를 꺼내 보겠다는 뜻이다. 바쁘다는 말로 가려져 있던 것들, 미루고 또 미루던 것들 속에 정작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 묻혀 있었다. 나는 바쁨을 방패 삼아, 그것들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바쁨이 핑계라고 말하면 스스로 너무 몰아세우는 것 같아 오래도록 그 말을 피했다. 하지만 핑계가 아니라 습관이라고 바꿔 생각하니, 조금 달라졌다. 습관은 탓할 대상이 아니라 바꿀 수 있는 대상이니까. 오늘도 바쁘다는 말이 입 끝에 올라오면, 한 박자 멈추어 본다. 정말 바쁜가, 아니면 바쁨에 기대고 있는가. 그 한 박자의 멈춤이,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향해 펜을 들게 한다.
쓰기를 바쁨에서도 꾸준히 할 때 더욱 빛을 내는, 나를 단단히 하는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된다. 바쁘다는 말보다 침묵 속에서, 고요함 속에서 그냥 써보기를 노력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