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이 없다는 말 뒤에 숨은 두려움

나는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by jooni

"나는 재능이 없어." 글을 쓰다가 막힐 때마다 이 말이 먼저 올라왔다. 술술 써 내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확신처럼 느껴졌다. 저 사람은 타고난 것이고, 나는 아닌 것이라고. 그 한마디면 펜을 내려놓기에 충분했다. 재능이 없다는 말은, 포기에 이르는 가장 짧은 문장이었다.

조용히,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말이 정말 뜻하는 바는 따로 있었다. 재능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재능이 없는 내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서툰 문장이 남의 눈에 보이는 것, 부족한 내가 글 위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그것이 무서워서 재능 탓을 했다. 재능이 없다는 말은 고백이 아니라 회피였다.

시작하기 전에 미리 선을 긋는 습관이 있었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 정도밖에 안 돼. 그렇게 미리 한계를 정해 두면 실패해도 덜 아프다.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덜 아픈 대신,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 어제보다 나아지지 못한다. 두려움을 피한 자리에는 안전함 대신 제자리걸음만 남았다. 쓰지 않으면 서툰 글도 없지만, 나다운 글도 영영 태어나지 못한다.

재능이란 무엇일까? 오래 생각했다. 처음부터 잘하는 것이 재능이라면, 나에게는 분명 그런 것이 없다. 하지만 서툴러도 자꾸 손이 가는 것, 잘 되지 않아도 다시 펼쳐 보게 되는 것, 그것도 재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글을 쓰고 나면 부족함을 느끼고 허전하고, 쓰지 않으면 불안한 이 마음. 미흡하지만 완성된 한 장의 글을 읽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의 충만함. 그것이 재능의 다른 이름은 아닐까?

잘하는 사람이 부러웠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내가 부러워한 그 사람들도 수없이 서투른 시간을 거쳤을 것이다. 그들이 나와 달랐던 것은 재능의 크기가 아니라, 서투름 앞에서 펜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문장을 견디며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 시간. 그 시간이 쌓여 재능처럼 보이는 것을, 나는 그저 타고남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재능이 없다는 말이 올라올 때마다, 그 뒤에 숨은 진짜 목소리를 들으려 한다. 두렵다는 것, 서툰 내가 보일까 무섭다는 것,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봐 걱정된다는 것. 그 두려움을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한 줄을 더 쓸 수 있게 된다. 재능이 없어서 못 쓰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서 안 쓰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으니까.

서툴러도 쓰는 사람이 결국 자기 문장을 갖게 된다.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두려움과 함께 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부족하고 두려워도 그냥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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