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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약국 진열대에서 만난 달팽이 크림

K-뷰티가 미국에서 두 번째 물결을 일으키는 순간

몇 년 전만 해도 미국의 드럭스토어나 세포라 진열대에서 한국 화장품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있더라도 마니아층이 일부러 수입해 쓰는 낯선 제품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뉴욕, LA, 시카고를 가보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평범한 약국 한쪽 칸에까지 “Made in Korea” 라벨이 붙은 크림과 앰플이 줄지어 서 있다.


나는 그 장면이 늘 흥미롭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상품 진열일 뿐이지만, 그 뒤에는 한국 뷰티 산업이 지난 10년간 쌓아온 끈질긴 노력과 소비자 문화의 변화가 녹아 있다.


틱톡에서 시작된 두 번째 물결


첫 번째 K-뷰티 붐이 유튜브와 블로그 리뷰에서 시작됐다면, 두 번째 물결은 명백히 틱톡에서 태동했다.
15초짜리 짧은 영상 속에서 한 소녀가 투명한 앰플을 얼굴에 문지르며 “글라스 스킨”을 외친다. 그 밑에는 수백만 개의 좋아요와 ‘어디서 사나요?’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소비자들은 이제 광고보다 “내 또래가 쓰고 좋다고 말해주는 경험”을 더 신뢰한다. 미국의 10대와 20대가 이런 식으로 K-뷰티를 접하고, 바로 아마존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한다. 화장품의 국경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기회와 함정이 교차하는 시장


하지만 미국 시장은 단순히 호의적인 무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논의는 한국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다. ‘가성비’를 강점으로 내세워온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또, 한국에서 당연하게 쓰이던 자외선 차단 성분들이 미국 FDA 기준에 맞지 않아 판매가 제한되는 사례도 잦다.


이런 규제와 비용의 장벽을 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진열대에 오르지 못한다. 미국 소비자가 보기엔 단순히 ‘안 보이는 브랜드’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건, 이런 난관 속에서도 한국 브랜드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달바(d’Alba), 뷰티오브조선, 티르티르, 토리든 같은 브랜드들이 세포라와 울타(Ulta)에 진출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한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한 번쯤 손을 뻗는다. 한국 화장품은 그만큼 혁신적이고, 합리적이며, 무엇보다 ‘재미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쿠션 파운데이션, 달팽이 점액 크림, 시카 앰플, 오버나이트 마스크...등등
미국 소비자들은 이런 낯선 포맷을 ‘새로운 발견’처럼 즐긴다.


K-뷰티가 던지는 질문


미국에서 K-뷰티를 보며 늘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우리는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걸까, 아니면 문화를 수출하는 걸까?”


스킨케어 루틴, 성분에 대한 집착, 촉촉한 피부에 대한 미학… 이 모든 것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생활방식이자 문화다. 미국 소비자들이 그 문화를 경험하고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는 순간, 단순한 상거래를 넘어 문화 교류가 된다.


앞으로의 길


미국 시장은 앞으로도 한국 브랜드에게 두 가지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하나는 끝없는 기회의 바다다. 온라인 플랫폼과 소셜미디어가 만드는 빠른 전파 속도, K-컬처가 쌓아온 호감도,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 대비 높은 품질.
다른 하나는 험난한 규제와 비용의 벽이다. 관세, FDA 규정, 경쟁 브랜드의 과잉 공급, 소비자 기대치의 상승.


폴싯 같은 글로벌 브랜드 액셀러레이터가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복잡한 바다에서 작은 브랜드들이 길을 잃지 않고, 현지화 전략과 채널 다변화, 규제 대응을 제대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뉴욕의 약국 진열대에서 만난 작은 달팽이 크림은 단순한 보습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뷰티 산업의 지난 10년, 그리고 앞으로의 10년을 상징한다.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단순히 판매량 곡선이 아니라, 한국 브랜드가 미국 소비자와 어떤 관계를 맺어갈 것인가라는 긴 호흡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답은 어쩌면 이미 틱톡 속 15초 영상에 담겨 있을지 모른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가볍지만 무게 있는 — 그것이 바로 지금 미국에서 K-뷰티가 만들어내는 두 번째 물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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