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풍이 지나간 자리

K-뷰티 관세 리스크 해소 이후, 진짜 승부처는 어디인가

몇 년 동안 K-뷰티 업계가 가장 많이 입에 올렸던 단어 중 하나가 ‘관세’였다. 트럼프발 상호 관세 25% 가능성, 화장품까지 언제든 포함될 수 있다는 공포, 의약품·기능성 화장품이 어디까지 관세 대상에 들어갈지에 대한 혼란까지 겹치면서, “언제 가격 구조가 한 번에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이 업계 전반을 감싸고 있었다. 그 불확실성의 끝에서 결국 미국과 한국은 상호 관세 15% 수준에 합의했고, K-뷰티를 포함한 여러 산업 섹터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는 안도감이 퍼지고 있다.




이번 합의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숫자 하나가 25%에서 15%로 내려갔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 화장품이 미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품질 대비 가격이 압도적으로 좋다는 인식, 즉 ‘가성비’였다. 만약 기존 무관세에서 바로 25% 관세가 붙었다면, 이 가성비라는 무기가 한 번에 무뎌졌을 것이다. 소비자 가격에 관세가 그대로 전가되든, 브랜드와 유통사가 마진을 갈아 넣어 흡수하든, 둘 다 장기적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합의로 화장품은 15% 관세 영향권에 들어가지만, 다른 대미 수출국들 역시 비슷한 수준의 관세를 부담하게 되면서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절대적인 수익성에는 분명 부담이지만, “우리만 혼자 얻어맞는 게임판”은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에 K-컬처 전체의 흐름도 K-뷰티에게는 강력한 뒷바람이다. 음악·드라마·예능·영화까지 이어지는 K-콘텐츠의 대부흥기 속에서, K-뷰티는 더 이상 반짝 유행하는 ‘한 철 장사’가 아니라, 중장기 성장 섹터로 자리매김했다. 미국향 화장품 수출액은 이미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고, 업계 안팎에서는 2025년 하반기와 2026년에도 이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관세 불확실성이라는 가장 큰 먹구름이 걷힌 이상, 남은 것은 “이 성장 구간을 누가 얼마나 가져갈 것인가”의 싸움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제부터 K-뷰티의 성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몇 년 동안 K-뷰티 성장은 아마존, 월마트닷컴, 틱톡샵, 각종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리뷰와 성분 설명, 숏폼 영상과 인플루언서 콘텐츠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스킨케어와 색조, 헤어·바디 제품들을 북미 소비자의 루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데 앞으로의 한 단계는 미국 전통 리테일 채널, 즉 드러그스토어와 대형마트, 뷰티 전문점의 선반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간단히 말해, 온라인에서 ‘검색되는 브랜드’에서 오프라인 선반 위에 ‘올라가는 브랜드’로 확장하는가가 다음 승부처다. 온라인은 알고리즘과 콘텐츠, 가격 경쟁력으로 게임이 벌어지는 공간이라면, 오프라인은 매대 한 칸을 누가 가져가느냐, 진열대에서 한눈에 눈에 띄는 패키지와 네이밍을 누가 설계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관세 리스크가 해소된 지금, 증권가가 “내년 뷰티 섹터의 성과는 미국 오프라인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이상 “아마존 매출 잘 나오니까 됐다”가 아니라, “그 에너지를 들고 미국 오프라인 유통망까지 어떻게 파고들 것인가”가 질문이 된 것이다.






관세 불확실성 해소는 K-뷰티에게 세 가지 질문을 남긴다. 첫째, 우리가 지키고 싶은 가격 포지션은 어디인가. 15% 관세를 완전히 소비자 가격에 전가할 것인지, 어느 정도는 브랜드와 유통이 나눠서 흡수할 것인지, 혹은 패키지·용량·구성을 조정해 가격대별 포지션을 새로 짤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미국 오프라인 채널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제품과 마진 구조를 준비했는가. 오프라인은 리베이트, 판촉비, 매대비 등 보이지 않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가는 채널이다. 단순히 온라인 가격을 그대로 들고 들어가서는 수익이 남지 않는다. 셋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파이프라인으로 설계하고 있는가. 온라인에서 검증된 히트 SKU를 오프라인으로 가져가고, 오프라인에서 확보한 신뢰와 인지도를 다시 온라인 재구매로 돌리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실무 관점에서 보면, 관세 리스크 해소는 사실상 “이제 변명은 줄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동안은 트럼프 관세, 환율, 물류비 같은 외부 변수가 너무 크다 보니, 많은 브랜드가 북미 전략의 실패를 거시 환경 탓으로 돌리기 쉬웠다. 이제 관세라는 큰 리스크가 일정 수준에서 정리된 만큼, 앞으로의 성과는 상품력, 채널력, 운영력의 합으로 더 투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해 어떤 SKU를 미국 오프라인 전용으로 가져갈지, 어떤 SKU를 온라인 전용으로 남길지 구분하고, 관세와 리베이트를 포함한 풀 코스트를 기준으로 다시 손익을 계산해 봐야 한다.






K-뷰티에게 관세 폭풍이 남긴 선물은 “불확실성이 줄어든 시장”이다. 불확실성이 줄어들면, 잘하는 쪽이 더 빨리 성장하고, 준비가 덜 된 쪽은 더 빨리 도태된다. 미국 소비자는 여전히 K-뷰티의 가성비와 독특한 제품력을 찾고 있고, K-컬처는 새로운 고객을 계속 데려다 준다. 이제 남은 일은 관세를 핑계로 삼지 않고, 이 시장에서 어떻게 가격, 제품, 채널을 설계해 나갈지에 대한 브랜드별 답안을 만드는 것이다.

관세 리스크는 해소됐다. 이제 진짜 리스크는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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