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가 좀처럼 낫지 않는다. 40대를 넘기며 몸의 회복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어젯밤에도 새벽 3시 반쯤 깼다. 항생제 때문인지 배가 알싸하게 아팠고, 뒤척이다가 해가 떠오르는 새벽 5시에야 겨우 잠이 들었다. 아침, 아이의 “엄마”라는 목소리에 눈을 떴다. 꿈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데 한참이 걸렸다. 몸은 무겁고, 등 전체가 인디언밥을 맞은 듯 욱신거렸다. 아침을 챙겨 먹으며 결심했다. 오늘은 아이 등원을 쉬기로. 마침 아이도 콧물을 훌쩍였다. 함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탄 후, 천천히 산책하며 공방으로 향했다. 해야 할 일은 많았다.
- 월말 공지 업로드
- 가죽 제본 작업
- 개인 앨범 작업
- 기고문 작성
- 독서와 일본어 공부
하지만 몸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목과 코의 염증은 여전했고, 음식물을 삼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불편함이 몸 전체에 퍼져 있었다. 결국 몇 가지 일은 미뤄두기로 했다. 창문을 열고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아이와 함께 낮잠을 잤다. 아이의 작게 웅크린 잠든 모습. 자세가 불편해 보였지만, 혹시 깰까 봐 조심히 바라만 봤다. 그렇게 오후 3시가 되었고,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가려던 곤지곤지 식당은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대신 침산 네거리에 있는 ‘개정’에서 뚝배기 불고기와 비빔냉면을 먹으며 창밖 너머 오후 풍경을 드문드문 바라보았다. 식사를 마치고, 7살 아이의 작은 손을 잡고 소방서를 지나, 가게들을 지나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이에게 완전한 사랑을 주고 싶지만, 현실의 나는 완전하지 못한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가 그렸던 엄마의 모습이 아이가 원하는 엄마의 모습과는 다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 그래도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유년기를 극복하는 법》. 예전에 읽었던 알랭 드 보통의 책을 떠올리며, 내 안의 오래된 상처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부모가 잘못해서 내가 상처받은 것’이라고만 여겼던 나에게 그 책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에게나 결핍은 생긴다.”
아무리 잘 자라도, 아무리 사랑해도 아이에게는 결핍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결핍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아이가 그 결핍을 직면하며 말할 수 있게, 그 곁에 있어주는 건 가능하다는 걸.. 그래서 나는 다짐한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아이가 마음 아플 때 곁에 있어주고,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라고 알랭 드 보통은 말했다.
완전한 엄마는 아닐지라도, 사랑하려는 의지, 믿음을 가진 사람. 그거면,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