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림 주의

by 유하루

날씨는 늘 마음대로다. 며칠 전엔 한여름처럼 덥더니, 이제는 봄처럼 쌀쌀하다. 지난 주말, 부산을 다녀온 이후 감기 기운이 느껴졌고 월요일 아침엔 목이 붓고 귀까지 아팠다. 코로나 이후 생긴 새로운 패턴이다. 항생제, 진통제, 해열제를 함께 복용하며 조금 나아졌지만 다시 날이 쌀쌀해지고, 나 역시 방심하고 있었다.


아뿔싸. 얇게 입고, 시원하게 자고… 스스로를 자만했다.


오늘 아침엔 결국 병원에 들렀다. 늘 다니는,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연합병원이다. 남편은 정형외과, 아내는 가정의학과. 가끔 부부싸움을 하시면, 가정의학과 선생님이 출근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진료받기 전엔 꼭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선생님, 오늘 나오셨어요?”


불편함도 있지만, 여기를 고수하는 이유는 군더더기 없는 진료, 감언이설 없는 상담. 그리고 무엇보다 가까워서.


주사까지 맞고, 1층 약국에서 약을 타서 출근했다. 아침은 든든히 먹었기에 약도 잘 삼켰고 아직 찌뿌둥한 몸을 안고 책상 앞에 앉았다. 정신이 흐려 글이 잘 써지지 않아 편의점에 들러 디카페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샀다. 이 편의점 커피는 늘 그렇다. 디카페인이 더 카페인 같아서, 한 모금만으로 정신이 번쩍 든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내가 작가라고?’


브런치 연재 첫날엔 감사하면서도 들떴다.


‘역시 내 글은 호소력이 있어!’


콧바람을 불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국어 점수도 형편없고, 문학소녀도 아니었던 내가 이렇게 글을 써도 되나 싶은 마음. 그 의심은 가끔 찾아온다. 날은 흐리고, 나의 자신감도 흐려졌다.


어떤 날은, 스스로를 믿을 수 없고 내가 쓰는 이 말들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럴 땐 꼭 몸도 아프다. 몸이 아픈 날은 마음도 아프다. 마음이 아픈 날은, 글이 잘 안 써진다. 글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라는 질문에 조금씩 답을 해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 날엔 글도 나를 피해 간다. 어쩌면 이 감기 같은 것도 ‘잠깐 멈춰서’라는 신호였는지도 모른다. 너무 오래 참고, 너무 오래 버텼고, 그래서 ‘이만큼은 힘들다’고 몸이 먼저 이야기한 것일지 모른다. 나는 잘 쓰고 싶은 사람이고, 잘 살고 싶은 사람이고, 잘 버티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가끔은 ‘잘’이라는 말이 너무 무거워서, 차라리 아픈 게 낫겠다는 이상한 위안을 찾을 때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잘 쓰려고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흐림을 그대로 써 내려가기로 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진심이면 괜찮다고 내 안의 작은 목소리가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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