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같이 따스한 이야기, <불편한 편의점>

by 두디


책에도 색이 있다면 이 책은 “노란색”일 것이다. 문체와 내용 자체가 따스하고 포근하다. 마치 봄 같다.

줄거리 및 에피소드

서울역에서 노숙하던 ‘독고’씨가 우연한 계기로 편의점 사장 ‘염 여사‘를 도와주며 편의점에 취업(?)하게 된다. 그리고 그 편의점에서 독고씨를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억에 남는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꼽아보자면 가장 먼저 알바생 시현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시현은 공무원 준비생으로,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저녁에는 공부를 한다. 취업 준비라는 건 정말 힘들지만, 한편으론 좋은 사장님 밑에서 적당히 노동하고 수입을 얻으며 공부하는 시현이 부럽기도 했다. (-> 보통 안쓰럽거나 응원해야 하는데 뜬금없이 부러움) 뭐랄까. 일상이 평화로운 느낌? 어떻게 보면 기만일 수도 있는데 내가 느낀 시현은 차분하고 둥글둥글해서 그런 것 같다. 시현이 독고의 조언에 따라,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면서 이웃 편의점에 스카우트된 것도 대단했다. 바로 마이크를 사서 영상을 찍고 올린다는 건 추진력이 굉장하다는 의미다. 독고씨의 조언만큼이나 그녀의 실행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던 것 같다. 시현의 이후 행보가 나오지 않았는데 공무원이 됐을지, 편의점 관리자로 남았을지 궁금하다!

독고씨를 무시하던 선숙씨도 캐릭터가 강렬했다. 자꾸 남을 싫어하는 티를 내는데 그게 참 얄미웠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가출한 남편, 집에서 게임만 하는 아들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뭔가 안쓰럽기도 했다. 말을 어지간히 안 듣는 선숙의 아들을 보면서 이 아줌마도 참 힘들겠구나 싶었다. 독고씨의 조언대로 삼각김밥 하나 주면서 아들이랑 말문을 튼 건 그나마 다행이다. 아들도 얼른 정신차리고 엄마나 도와주길!

딸 둘을 둔 아버지, 경만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대화가 단절된 가정, 무시와 멸시가 가득한 회사, 의지할 곳도 없는 그가 찾는 건 오로지 편의점 야외 테이블. 그곳에서 참참참 정식을 먹는 그를 보며 마음이 조금은 짠했다. 이것이 가장의 모습인가. 그래도 이 아저씨에게도 조금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 건 바로 쌍둥이 딸들 때문이다. 아빠가 집에 일찍 들어와서 같이 티비 좀 봐준다고 살갑게 대화하기도 쉽지 않고, 원 플러스 원 상품만 먹으랬다고 그 말을 듣기도 어려운데 애들이 아직 제대로 된 사춘기는 아닌가 보다. 그래도 이런 딸들이 있으니까 이 아저씨도 좀 행복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좋았던 점

하나하나의 에피소드 모두 따듯하고 의미 있었다. 우리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편의점을 소재로 이렇게 많은 공감과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사람 이야기가 지닌 힘과 장점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나름의 교훈도 있었다. 바로 소통의 중요성. 여기 나오는 인물들의 대다수가 어려움을 겪는 건 소통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가족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해, 망가지고 해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가족들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겠다고도 생각했다.

아쉬웠던 점

마지막 장이 조금 급전개된 감이 있다. 독고씨의 정체와 과거사가 드러나는데 앞선 분위기와 너무 달라져 거리감이 들었다. 이 책의 독고씨는 선하고 순수한 사람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그가 한 행동들이 의미가 있었다. 우리네와 비슷한, 오히려 우리보다 조금은 부족한 독고씨라 그의 행동이 더 와닿았던 것이 아닐까. 그런데 후반부에 나온 독고씨는 우리와 다른 초엘리트?의 모습이라 좀 이질감이 들었다. 그런 그가 노숙인이 되고 하루 아침에 기억을 잃는 것도 살짝 이해가 되지 않았다. 뒷부분을 읽으면서 약간 상류층의 비애를 듣는 기분이랄까. 뭐 대단한 사람에게도 사고는 일어날 수 있고 그런 사람이 더 크게 잃으니까 독고씨에게 일어난 일들을 폄하할 순 없다. 하지만 뭔가 좀 갑자기 그가 달라보였다.

의미있던 것

그래도 후반부에 작가가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독고씨의 직업과 과거를 코로나 시국과 이렇게 연결해서 떠올리게 만들었다고? 기술적으로 전개를 되게 잘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건 배워야 된다. 물론 문체랑 문장도 너무 훌륭한 것들이 많아 좋은 자극이 됐다.

종합하자면 이 책은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따듯한 위로를 전해준다. 물론 독고씨가 너무 만능이라 헛웃음이 날 수도 있긴 한데 이 정돈 소설적 허용으로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겠다. 해피엔딩으로 기분 좋아지는 책을 보고 싶다면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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