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김기태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고

by 두디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jpeg


이동진 평론가가 2024년 4월,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이달의 책'으로 꼽았다.

1년도 더 지났지만 꼭 한 번은 읽어보고 싶어 책을 펴게 됐다.

그리고 생각했다.

역시나 옳았다.



'평범함'이 가진 능력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는 국적 사이에서 방황하는 한 청년.

진정한 사랑을 찾고자 연애 프로그램에 나간 여성.

사회가 규정한 대로 이상적인 절차를 밟아오며 성장한 남성.

열심히 살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현실을 겪는 두 남녀.

시험을 위해서가 아닌, 인생을 위해 고전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

정치하는 음악가.

관광지에서 숙박 업소를 경영하는 사장.

역도 선수 소녀.

뇌에 핵이 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남자.


9개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나이도, 특징도, 가치관도 모두 제각각이다.

하지만, 9개의 이야기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건 바로 '평범함'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그런 사람들.


'이 주인공은 좋겠다'

'아 왜 난 이렇게 못 살지?'

'그렇게 살면 힘들겠다'


우리는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사람이 있는지 잘 느끼지 못한다.

애초부터 다른 이의 삶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나의 삶도 돌아보고, 타인의 삶에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고민, 걱정,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동시에 생각한다.

보통 사람의 이야기가 소설이 된 것처럼

우리네 삶도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음을.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만

예술이 되지 않음을.


참신한 문체


작가의 문체는 지독하게 참신하다.

직관적이면서 날카롭고

단순하면서 허점을 찌른다.


나아가 작가만의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눈에 띄었던 건 역도를 하는 소녀의 이야기였다.

그 글에서 작가는 소녀가 역도를 하는 이유를

"버리는 기분이 좋아서"라고 말한다.


우리는 역도를 흔히 '든다'라고 표현한다.

무거운 걸 들어 올리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지,

그걸 버리는 스포츠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순간

역도가 버리기 위해 드는, 그런 종목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새로워진다.


글을 잘 쓰고 싶고,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작가의 이런 문체 하나하나는

놀라운 인사이트가 된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이야기를 보며 생각했다.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진주와 니콜라이는 학창 시절에는 서로의 존재만을 알고 친하지는 않았지만

20대가 된 후에는 둘도 없는 사이가 된다.


서로의 힘든 처지를 가장 잘 알고

이해하기 때문에.


둘은 그런 대화를 나눈다.


'우리가 그렇게 잘못 살얐냐'


아니. 전혀 아니다.

열심히 살았다.

세금도 내고 공부도 하고 일도 하고.


하지만 사회는 둘을 자꾸만 끝으로 내몬다.

그럴수록 둘은 서로에게 의지한다.


이 둘의 모습이 지금 우리의 삶과 가장 비슷한 것 같다.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뭐 하나 나아지지 않는 세상.


페달을 죽도록 굴려야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진주에게 니콜라이가 있고

니콜라이에게 진주가 있던 것처럼

이 건조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연대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 힘이 있어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끼리 손을 잡고

서로에게 품을 내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쉽지 않다.

평범한 이야기라 더 그렇다.


이 안에 담긴 메시지가 뭘까.

수십 번 고민하고 찾아봤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많은 뜻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았다.


두 번, 세 번 생각할수록 더 풍부해지고

곱씹어야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책.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삶이 지루해서 괴롭다면

특별한 삶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면

혹은 손을 잡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봄같이 따스한 이야기, <불편한 편의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