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시작.
주인공 포레스트는 함께 정류장에 있던 여성에게 이런 말을 한다.
"엄마는 말했어요.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고. 어떤 것을 잡을지 결코 알 수 없으니까요"
포레스트는 아이큐가 75다. 학교에 입학하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 불렀지만 그의 어머니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능이 조금 낮을 뿐이죠" 지능도 낮고 다리도 불편한 포레스트지만 그의 인생은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달리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안 순간 뛰기 시작했고, 그 뜀박질은 그를 미식축구 선수로, 군인으로, 새우잡이 선장으로, 그리고 누군가의 아버지로 인도했다. 그가 모든 일을 해낼 수 있었던 건 단지 앞만 보고 뛰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운 좋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본 후 알게 되었다. 뒤를 돌아보고 할까 말까 망설이는 우리와는 달랐구나.
포레스트의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난 그저 가고 싶은 곳을 향해 뛰었을 뿐인데 그게 인생의 기회가 될 줄 몰랐어요" 이 한 문장이 인생을 대변하는 것 같다. 무언가를 하다 보면 무엇이든 되니까. 그게 내가 의도한 방향이든 아니든. 난 그동안 내 인생을 완벽하게 설계해 왔다. 몇 살에 대학에 가고, 몇 살에 졸업을 하고, 몇 살에 취직을 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단 하나도 내가 의도한 대로 된 것이 없다. 아, 물론 PD라는 꿈을 이루긴 했지만 솔직히 지금은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놓고 보면 참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같다. 생각한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이뤘다고 다 행복한 것도 아니고, 못 이뤘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중요한 건 삶을 대하는 자세일 것이다. 과거에 미련 두지 말고, 미래에 걱정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한 것. 너무 당연하고 뻔한 말 같겠지만 그게 유일한 답이다. 포레스트는 자기의 사랑, 제니가 세상을 떠나고 "운명이 있는 건지 아니면 바람처럼 떠도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둘 다 인 것 같아" 라는 말을 한다. 인생에는 필연과 우연이 모두 일어난다는 뜻이다. 이 말을 들으면 이런 마음가짐이 든다. 너무 집착하지 말아야겠다.
이 영화는 하나의 교훈만으로 퉁쳐질 수 없다. 제니와의 사랑, 버바와의 우정, 중위와의 의리, 어머니의 내리사랑, 자식을 향한 부성애. 그들이 모두 포레스트 검프의 인생을 만들었고 그의 삶을 가치있게 만들었다. 이런 걸 볼 때면 인생은 당사자만이 살아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연으로 함께하는 모든 것들이 우리를 이끌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은 처음과 비슷하게 끝난다. 깃털이 날리고 포레스트는 스쿨 버스가 오는 정류장에 앉아 있다. 유년 시절 포레스트가 스쿨 버스를 타는 그장면 그대로 그의 아들이 버스를 타고 있으며, 어른 포레스트는 그걸 바라보고 있다. 이 미친 연출은 내가 그동안 본 영화 중에 단연 최고였다.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지만 어떤 영화보다 감동이었다. 어머니에게 받은 사랑과 인생의 가르침대로 그의 아들도 그처럼 따뜻하고 순수한 삶을 살아간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