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2025년, 모두 폭싹 속았수다

2025년 기록하지 않은 드라마와 영화 총 결산

by 두디

올해도 많은 콘텐츠를 봤다.

그것들을 일일이 다 기록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그래서 올 한해 인상 깊게 봤던 작품들 몇 개만 간단하게나마 기록해보고자 한다.




이걸 보고 안 울 수 있나요?

할아버지, 할머니와 부모님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 드라마. 그들에게도 빛나던 순간이 있었음을 알았다. 금명이가 그랬던가. 그들의 푸름을 다 먹고 내가 나무가 되었다고. 아직도 금명이 결혼식 날 수틀리면 빠꾸하라던 관식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빠와 그렇게 친하지도 않고 아빠를 잘 따르지도 않는데 버스 정류장에서 손 흔드는 금명이를 바라보는 관식이의 모습은 나까지도 울렸다. 방 안에서 혼자 클립으로 그 장면을 보고 어찌나 울었던지...


한 인물의 일생을 다 다루면서 재미와 감동을 다 잡기가 쉽지 않은데 이 드라마는 그 어려운 걸 해냈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 일상에선 발견하기 어려운 정, 모두가 좋아하는 따스함. 그것들을 잘 버무려서 만든 걸작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생각 하자면 단 하루도 허투루 살 수가 없다. 왜? 인생이 얼마나 찬란하고 소중한 순간들로 가득한 건지를 알게 되니까. 만날 봄인 듯 살아야 하는 거니까.


그래도 살아야 한다

힘들 때 가장 많이 찾은 드라마. 명대사들의 향연으로 모든 장면이 가슴 깊이 남았다.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할머니의 대사. "소라게가 살겠다고 도망치면 비겁한 거야?"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건데 우리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며 스스로를 절벽으로 밀어붙이지는 않았나 생각한다. 가끔 도망치고 싶은 날이면 생각한다. 살려고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미지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나였다면 미래의 삶을 대신 살면서 처음 맛보는 직장 특유의 답답함에 스트레스 받아 벌써 때려쳤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상사에 맞서는 미지. 오히려 몰라서 더 당당했던 것 같다. 아 저렇게 내 갈 길 간다는 마인드로 다니면 좋을 텐데.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르니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잘 버텨내면 좋겠다. 모두가.


캔디? 신데렐라? 아무튼 이런 여주인공 대환영

나는 주말 드라마를 좋아한다. 막장인 드라마도 있지만 가끔 이렇게 악역의 포션이 적고 현실적인 드라마도 많다. 맨날 기억 상실증에 걸리고, 알고 보니 재벌집 딸이고 이런 주말 드라마만 보다가 이걸 만나니 마음 한 편이 따스해짐을 느꼈다. 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한 집에 살면서 점차 하나가 되고. 누구보다 힘이 되어주는 사람들. 4형제와 형수님의 케미가 보기 좋았다. 아, 이래서 형제가 많으면 좋은가 싶기도 했다.


이것도 어떻게 보면 신데렐라 스토리다. 재벌 남자 만나서 결혼하니까. 근데 그게 다가 아니다. 광숙이는 자기 힘으로 성공하고 몸으로 부딪히는 캔디에도 해당된다. 매번 민폐 여주들만 보다가 막걸리 같이 속 시원한 여주인공을 만나니 절로 웃음이 나는 장면들이 많았다. 여성 캐릭터 원탑으로 극을 끌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오랜만에 너무 좋은 캐릭터였다.



남편 잡으러 가는 것부터가 코미디

황금종려상 받는 작품은 달라도 뭐가 다르구나. 솔직히 댓글 중에 '이런 게 종려상? 삼류 영화 같음'이란 말도 있었다. 과연 하고 봤는데 노출이 심하긴 하지만 내용적으론 너무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처음엔 자극적인 장면들 때문에 정신을 못 차렸지만 진짜 재밌는 건 이반을 잡으러 다니는 때부터였다. 이반의 부모가 고용한 하수인 3명과 이반의 부인 아노라가 같이 이반을 찾으러 다니는 것이 코미디다. 평생 사랑하겠다며 무모하게 결혼부터 단행한 이반. 진짜 철없다. 물론 그걸 믿고 재벌 만만하게 본 아노라도 철 없지만 그래도 이반 잡으러 다니면서 그 값은 다 치른 것 같다. 아노라가 이혼을 원하게 되는 것도 참 안타까우면서 순리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의 드라마나 영화라면 재벌 부모의 호통 속에서도 둘의 사랑을 이루겠지만 이건 그렇지 않아서 더 마음이 갔다. 한 여름 밤의 꿈을 제대로 즐기고 상처만 가져간 아노라. 새드 엔딩이 기억에 더 남은 이유다.


남자 보는 눈이 높아졌다

중국의 청춘물은 여름 감성에 너무 잘 어울린다. 특히 허광한은 이런 남자 역할에 특화되어 있다. 한국의 '너의 결혼식'을 리메이크한 버전이라 내용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남녀 주인공의 케미가 어떻게 표현됐을지 궁금해서 그런 부분들을 주로 봤다. 솔직히 둘의 케미는 한국보다도 더 나았던 것 같다. 얼굴합이나 캐릭터성. 소신 발언하자면 리메이크가 원작보다 나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 극중에서 생일에 아픈 여주인공을 위해 폭죽놀이를 여는 장면이 있는데 난 거기서 사랑을 배웠다(?). 아 이런 게 사랑이구나. 이렇게 좋아해주는 남자를 만나야 하는 거구나. 그 장면에서 모든 과거의 인연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었다. 글을 쓰면서도 웃기긴 한데 내가 생각했을 땐 로맨스 영화 통틀어 진짜 최고의 남자 주인공. 그때 짓는 미소가 아직도 멋있다.


그밖에도 친애하는 X, 태풍상사, 좀비딸, 킹스스피치,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러브액츄얼리, 러브레터, 에밀리 파리에 가다 등 여러 작품들 아주 잘 봤다. 내년에는 보는 것뿐만 아니라 쓰는 것도 더 부지런히 해야겠다. 최애의 드라마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2025년 모두 폭싹 속았수다~! 내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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