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아무리 혼자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밖에 없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남들과 얽히다 보면 가끔씩 나와 그들 사이에 무언가 찝찝함을 느낄 때가 있다. 위계감, 질서, 부담 이런 것들. 그 오묘한 것이 때로는 사람과 멀어지고 싶게 만든다.
이 책의 주인공들 역시 자신과 맺어진 다른 사람들을 보며 괴로움과 고통을 느낀다. <빛의 한가운데>의 안희는 아들의 딥페이크 범죄 대상이 친구 미령이라는 사실에 몸부림치며 그런 걸 덮는 엄마는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모의 관하여>의 재연은 시터를 구해야 하지만 중국인 이모를 불안해하며 결국 제발로 나가도록 만든다. <선의 감정> 속 의사인 나는 환자를 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자책과 특이사항 없음이라는 합리화 가운데 놓인다. 이 모든 과정들을 보면서 내 마음도 불안했다. 나의 삶에 타인이 너무 깊이 스며들었을 때 그 불편함과 회의감. 제목 그대로 ’노 피플 존‘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어쩌면 이런 마음이 생기는 건 우리가 아직 ‘인간다움’과 ‘선함‘이라는 걸 가지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삶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거니까. 인간관계는 참으로 어렵다. 의지하고 싶다가도 너무 깊어지면 다시 멀어지고 싶고. 그 적정한 선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동시에 어떤 사람을 보면 ‘너무 괴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내가 비교가 되어서 그런 것 같다. <실패담 크루>에서 흙수저 변호사는 기성세대 금수저들 사이에서 발표를 실패하고 모멸감에 휩싸인다. <사는 사람> 속 다미는 남자친구와 부동산을 보러 다니며 계급 차이를 실감한다. 작가의 말처럼 페이스트리처럼 사회 계층은 겹겹이 쌓여 있고 우리는 어딘가에 속해 있다. 남을 통해 내 위치를 깨달을 때면 우리는 작고 초라해진다. 심하면 그게 증오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삶을 살아가면서 타인에 의해 생기는 다양한 감정들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이 많거나 사람에 지친 분들이 보면 좋겠다. 우리 삶에서 타인을 떼어놓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어떻게 이 불합리함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