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눈물

by 나미

지난 금요일 퇴근길이었다. 전화로 엄마와 이야기하다가 아주 조그마한 충돌(?)이 있었다. 엄마가 나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해주려 했는데, 갑자기 내가 오빠와 모든 것을 공유해서 오빠에게 엄마의 이야기도 한다고 말하며 말하기를 멈추었고, 그것에 내가 기분이 좀 상한 것이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이후 엄마에게 메시지가 왔지만 그냥 삐진 척하기로 마음먹어 메시지를 읽지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그 이후 멕시코와 한국의 시차 문제와 함께, 샌디에고에 오빠 회사 부장님 댁에 갔다 오는 등 바쁜 일들이 겹쳐 메시지에 답장해주지 못했고, 엄마가 이후 몇 번 전화한 것도 받지 못했다. - 고의는 아니었다. - 그리고 일요일 오후, 내 휴대폰의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엄마였다. 나는 그냥 계속 삐져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엄마의 반격(?)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금요일 통화로 기분이 계속 상해있는 척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이는 엄마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고, 엄마는 내 전화를 그냥 툭 끊어버렸다.

'큰일 났다.'

엄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고 나는 실수였다고 말하며 평소처럼 아침식사는 했냐고 안부를 물었다. - 엄마와 나는 둘 다 참 섬세한(?) 성격이라 이것저것으로 작은 말다툼들이 있는데, 또 극복이 빠른 편이라 그냥 이렇게 먼저 괜찮아진 사람이 안부를 묻는 식으로 다툼을 넘기고 화해하곤 한다. - 그런데 참으로 당황스럽게도 엄마가 눈물을 보이는 것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엄마의 울음소리는 참 아팠다. 나는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이었는데, 그것이 엄마를 많이 속상하게 한 것 같아 너무나도 미안했다. 미안한 마음이 주체가 되지 않아 나 또한 눈물이 났다. 어쩔 줄을 모르며 엄마를 달랬다.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바빴던 이유와 함께 엄마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은 것이 아님을, 무시한 것이 아님을 설명했다. 요 근래 엄마는 앞으로 나에게, 내 일에 크게 관심 쓰지도, 관여하지도 않겠다고 말해왔고, 요즈음 나에게 연락하는 횟수도 상당히 줄었었다. 나는 이에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들었고, 그로 인해 최근에는 엄마에게 다소 퉁명스러운 태도를 보여왔었더랬다. 하지만 그날의 엄마는 울고 있었고, 나는 어렴풋이 그 이유를 추측하며 거듭 사과했다. 눈물을 그친 엄마는 출근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고, 나는 그럼 있다가 연락해 달라고 아침을 잘 챙겨 먹으라고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엄마로부터 받은 메시지


검침하고 눈이 좀 뻑뻑해서 안과 왔어. 별일 없고 아침에는 그냥 할머니 생각이 나서. 요즘 생각이 좀 나네. 오는 거 며칠 안 남았는데 공항 도착했을 때 혹시 서류 준비해야 하는 거 있는지 잘 확인하고 덤벙거리지 말고 잘 챙겨서 와.
노안이래 ㅎ 우짤까나.
많이 바쁘시구만 글 읽지를 않네. 5년 후에 돈 많이 벌어 올꺼나? 5년 뒤면 내가 57인데 알콩달콩 살 수 있것나.
삼층 건물에 일층은 엄마아빠명이, 이층은 민아, 삼층은 승민. 요렇게 알콩달콩 살 수 없을까. 꿈이다 꿈.


일요일 좀 일찍 잠들었더니 이렇게 메시지가 와있었다. 엄마가 요즘 여러모로 여러 변화를 겪으면서 심리적으로 굴곡이 있는 듯했다.


요즘 오빠와 생활하며, 이런저런 집안일들을 신경 쓰고 오빠를 챙겨주며 새삼스레 엄마 아빠가 나를 키우며 쏟았을 정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사실 한국에서도, 특히 멕시코에 오기 직전에는 나도 꽤나 가족들의 아침을 챙겨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빠와 같이 살기 시작하고, 함께 미래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꿈을 꾸며, 그것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생활을 하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해 나가는 나와 오빠의 생활 속에 여러 작은 부분들에서, 이따금 나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젊은 시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오롯이 나와 동생이 그 시절 그 생활의 이유였던 그들이 준 사랑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 나와 동생은 성인이 되었고, 작년부터 직업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으며, 특히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함께하고 있다. 모든 것이 참 빠르게도 바뀌어왔다.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겠지만, 변화 속에서 그 누구보다도 많은 생각과 마음고생을 했을 나의 엄마. 엄마와 데이트를 가고 싶은 날이다. 하늘이 예쁜 어느 여유로운 주말, 어느 식당에서 점심을 함께했던 엄마와 내 모습이 생각나는 날이다.


작가의 이전글뾰로통해지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