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그게 가능하다!
우리는 모두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연초마다 계획을 세우고 헬스장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후에 우리는 작년 말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 일명 신년 버프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 좋은 습관을 가지면 좋은 거 다 안다. 하지만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냥 지금처럼 살면 참 편한데 말이다. 그리고 그게 힘들면 더 하기 싫고 하기 싫으면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 그렇게 좋은 생활습관은 서서히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 간다. 연초가 돼서 다시 살아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이걸 아무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 마치 퇴근길에 있는 붕어빵을 팔고 있는 포장마차에서 붕어빵을 집어 나오는 것만큼 쉬울 것이다. 심저어 돈까지 내지 않고도 말이다. 물론 집어 들고 있는 그것 또한 너무나 달콤하다. 그래서 붕어빵을 먹으면서도 따라 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말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항상 시작이 어렵다. 오죽하면 시작이 반씩이나 된다고 말을 하겠는가.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도 이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한 지 나흘 만에 쓰는 것이다!) 특히나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거나 무기력증이 있는 사람은 더더욱이나 시작이 어렵다. 지금은 상당히 많이 알려져서 식상하겠지만 윌리엄 멕 레이븐 미 해군 대장은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으세요? 침대 정돈부터 똑바로 하세요
이 말은 많은 사람들에게 인용되었고 그만큼 많이 변질되었다. 습관 설계를 바라보는 아주 멋진 이 이야기가 "이불 정리를 해야 성공한다." 식으로 와전되어 버린 것은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실 이불 그거 안개도 성공하는데 문제가 없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오늘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생각해보자. 뭔가를 하려고 했는데 멍 때리기만 하다가 잘 시간이 되었다. 실제로 나는 학생 시절 시험기간에는 벽만 쳐다봐도 그렇게 재밌었고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은 나를 좇았다니는 듯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생각해보면 현타가 밀려온다. 그럴 때 "그래도 내가 오늘 이불은 제대로 갰어"라는 것을 떠올리면 그것이 참 위안이 된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이불을 개고 나서 한 가지를 더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핵심은 이불을 개는 것이 아니라 그날 계획한 무언가를 성공하는 것이다.
하루에 무엇인가를 성공하는 순간 다음날도 성공을 하고 싶어 진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점에서 파는 아주 맛있는 트러플 파스타를 떠올려보자. 그 음식점에서 한 번이라도 먹어본 사람은 "그때 거기서 먹었던 그 파스타 참 맛있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또 가봐야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음식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고 트러플이랑 가까운 음식이라고는 무슨 트러플 맛 새우깡 이런 것만 먹었던 사람은 "내가 트러플 맛 새우깡 먹어봤는데 트러플 그거 휘발유 맛 나던데?"라고 생각하고 절대 그 음식점에 가서 트러플 파스타를 먹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렇게 트러플 파스타를 먹어본 사람만이 트러플 파스타를 계속 먹으려 할 것이고 성공을 맛본 사람들만이 계속 성공을 하려 할 것이다. 이것은 신경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뭔가를 성취했을 때 뇌에서 나오는 도파민은 그 효과가 상당히 강력하며 중독성 또한 강하다. 중요한 것은 중독성이다. 성취감에 중독되어 그것을 뇌가 자동으로 계속 갈구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매일 계획한 무언가를 성공하는 삶을 산다는 것은 분명 매력
적이고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하지만 무언가 내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프로도를 넘어 간달프 정도는 돼야 가능해 보이기도 한다.
이것에 대한 해답은 계획의 수준을 현저히 낮추는 것이다. 어느 정도로 낮춰야 하냐면 100%의 확률로 할 수밖에 없는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어떻게 하면 100%의 확률로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계획을 할 수 있는가? 내가 수행하려고 계획한 무엇인가를 잊어버리고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5분 만에 해치우고 잘 수 있는 수준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나는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려고 시작할 때, 데일리 미션을 한 문장 읽기로 설정했다. 이것은 내가 아무리 피곤하고 아파도 의식이 있기만 하면 자기 전에 30초면 읽을 수 있는 양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고 아직도 독서를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포인트는 "독서를 매일 조금씩이라도 하자"라는 형태의 계획보다는 "독서를 매일 한 문장 이상 한다"와 같이 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지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야 뇌의 보상 체계가 제대로 훈련된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아주 쉬운 계획에 대한 성취감과 그에 따라 나오는 도파민의 양은 상당히 작다는 것이다. 당연히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미션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보상은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결핍 덕분에 더 많은 도파민을 갈구하게 되고 조금씩 단계를 높여가도록 설계를 하면 성취감이 단계별로 올라가게 되어 반복할 수 있게 된다. 그 이후부터는 본인이 반복한 횟수 자체가 보상이 된다.
혹시 그거 아는가? 약 봉투에 적혀있는 식후 30분 이거 진짜 지켜야 할까? 꼭 밥을 먹어야만 먹을 수 있을까? 사실 아니다. 실제로 식사를 해야 하는 약이거나, 위에 자극을 주는 약들도 있겠지만 대게 이런 약들은 위 보호와 관련된 약을 동시에 복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약에 식후 30분이 적힌 배경은 약을 먹는 때를 잊지 말라고 적어놓은 것이다.
약을 동일한 시간에 3번 또는 2번 나누어 먹어야 하는데 이 약을 아침 8시 오후 1시 오후 8시에 복용하세요라고 하는 것보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 30분에 드세요라고 하는 것이 더 기억하기도 편하고 행동으로 잘 옮겨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요즘은 이 30분을 실제로 기다리느라 약을 먹는 것을 잊어버리는 사람이 늘어나서 식후 30분에서 30분 마저 없앤 약도 많이 나오고 있다.
습관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다. 다시 말하지만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게 있는지도 의문일 정도이다. 우리의 의지라는 것은 아주 가벼운 깃털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니 훅 불면 날아갈 무언가를 믿고 습관을 만들기에는 너무나 위태롭다.
그래서 우리는 최대한 자동화할 수 있는 시스템에
나의 습관을 살포시 앉아놔야 한다.
그래야만 내 의지로 행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상태가 된다. 그렇다면 이 "최대한 자동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란 무엇일까? 내가 무의식 중에 오늘도 했고 내일도 할 거고 한 달 후에도 일 년 후에도 자동으로 하는 것들 말이다. 바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습관이다.
본인에게 어떤 습관이 있는지를 살펴보라 그게 꼭 "좋을"필요는 없다. 매일 같은 시간에 샤워를 하거나 양치질을 하거나 식사를 하거나 딱 그 정도면 된다. 또 무엇이 있을까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전철을 올라타기도 하고 매일 출근하기 전 카페를 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행동들에 나의 습관을 연결하면 되는 것이다. 마치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식사라는 기존의 습관에 약 복용이라는 새로운 습관을 연결한 것과 같다. 가령 내가 독서를 하는 습관을 새로 만들고 싶다면 "독서를 저녁 식사 이후 양치질 이후에 한다."라고 기존 저녁식사와 양치질이라는 습관에 독서라는 습관을 연결하여 하나의 커다란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이 습관 사슬은 기존의 것에서 아주 약간 변화가 되었기 때문에 별 거부감 없이 새로운 습관을 기존의 습관과 함께 내 의지 없이 자동적으로 몸이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습관을 어떻게 연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 정확하게 연구된 것은 없지만 관련하여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치실 사용자가 있다. 양치 전에 치실질을 하는 사람과 양치 후에 치실질을 하는 사람, 이 두 가지 중에 어떤 것이 효과적인지에 대해 치과의사들이 살펴본 것이 있다. 거의 효과가 비슷하지만 양치 전에 치실질을 하는 것이 더 치아가 효과적으로 닦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해당 실험을 한 치과의사들은 어떤 현상을 보고 나서 양치 후에 치실질을 하는 것을 권장했다. 어떤 현상이었을까? 분명히 양치전에 치실질을 하는 것이 더 치아가 깨끗해진다는 것을 알았는데도 말이다. 바로 양치전에 치실질을 하는 사람들은 간혹 치실질 하는 것을 빼먹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 양이 양치 후에 치실질을 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반면 양치 후에 치실질을 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잊고 안 하는 횟수는 현저히 적었다. 이것은 새 습관을 기존의 습관에 연결할 때 앞보다는 뒤에다 둬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습관을 무의식이 자동으로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트리거링이다. 트리거란 그 행동(습관)을 유발하는 요소이다. 트리거는 보상이나 처벌, 감정, 행위 등이 전부 포함되는데 위에서 말한 것이 보상 트리거링이라면 지금 말하는 것은 행위 트리거링이다. 기존의 나의 습관이 새로운 습관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방아쇠가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트리거가 새로 만들려는 습관의 뒤에 있다는 말은 마치 백 미터 달리기를 한 후에 출발 신호탄을 쏘는 것과도 같다. 분명 기존의 습관 앞에 새 습관을 두었을 때도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뒤에 둔 것과 비교했을 때는 그 습관의 연결고리는 상당히 느슨하고 깨지기 쉽다. 결국 의지가 개입해야만 하고 인지를 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습관은 수행하지 않게 된다.
내가 아무리 매일 작게 시작하고 아무리 다른 습관에 붙여서 매일 반복적으로 하더라도 어느 순간 성취감은 사그라든다. 원래 인간은 그런 존재다. 반복되는 자극은 더 이상 자극이 아니다.
그런 적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를 따라 가는데 목적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따라가면 정말 끝이 없이 먼 길을 하염없이 가는 것 같은 느낌, 하지만 다시 돌아올 때 목적지를 알면 갈 때보다 별로 멀지 않게 느껴진
다.
습관도 마찬가지다.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고, 지금 어디까지 왔고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으면 제대로 도파민 보상 사이클을 유지할 수가 없다. 습관의 반복을 유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성취감으로 이루어지는 도파민 보상 체계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은 성취감을 지속적으로 끌어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때 중요한 것이 기록과 시각화다. 내가 얼마나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계획을 지켰고 얼마나 단계를 높여왔는지가 한눈에 보인다면 그러한 기록 자체가 성취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록에서 빠진 부분을 만드는 것이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지게 만들어서 습관을 행하지 않으면 고통스럽게 만들게 할 수도 있다. 습관 행동 불이행에 마찰을 주는 것이다.
사람마다 시각화의 방법은 각자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노트에 기록할 수도 있고, 캘린더를 이용할 수도 있다. 노트 앱이다 구글 캘린더 같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본인은 이 시각화를 위해 <마이크로스텝>이라는 습관 형성 앱을 개발하고 있다. 연속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날짜를 기록하고 더욱 간단히 시각화하기 위해 레벨링 시스템을 두어 습관에 따른 미션을 수행하면 경험치를 얻고 경험치가 쌓이면 레벨업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
그리고 앞서 말한 두 가지 개념도 포함한다. 레벨이 낮으면 아주 작은 미션이 매일 부여되고 레벨이 오르면 서서히 미션의 난이도가 상승한다. 그리고 습관을 등록할 때, 습관을 연결할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을 계속 볼 수 있게 한다.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나의 의지가 아닌 과학적인 방법들을 적용한다면 우리는 좋은 습관들을 고통 없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