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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by 장혁수

냉동실 깊숙한 곳에 얼려둔 고등어는 차갑고, 비린내만 남아 있었다.
싱싱했던 고등어는 어느새 차가운 냉장고 안,
주인에게 잊혀져 갔다.
사 올 때만 해도 가장 좋은 놈으로 골라왔는데,
그 비린내를 견디지 못한 나는 그제야 알았다.
내가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왜 그렇게 고등어를 집어 들었을까.
뭔가에 홀린 듯, 괜찮을 거라 믿고 데려왔는데
결국 견디지 못해 검정 봉투에 싸서
냉동실 가장 깊은 곳에 밀어 넣었다.
나도 그 감정을 다시 꺼내고 싶지 않았다.

지금도 시장에 가면 생선가게 앞을 지나치기조차 힘들다.
코끝에 닿는 비린내가 기억을 깨우고
다시 생선을 사볼 마음은 생겨나지 않는다.
그 냄새가 역해서,
도망치듯 잰걸음으로 지나칠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도 먹는다.
왜 나에게만 이토록 짙게 느껴지는 걸까.
아니면, 모두가 나처럼 꾹 참고 견디고 있는 걸까.

나만 유난스러운 걸까. 아니면 나만 솔직한 걸까.

오늘도 냉장고 속 고등어는
무슨 맛인지 모른 채 얼어가고
냉동실은 여전히 비린내로 가득하다.

그게 사랑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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