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여행을 다녀와서
'나에게 역마살이 있는 게 분명해'라고 생각할 정도로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사실 이 사실을 인지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 해외에서 몇 번 살기도 하고, 여행도 적게 간 편은 아니었기에 그저 자라온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취미 정도로 생각해 왔다.
얼마 전 있었던 긴 추석연휴 동안 가족들과 호주에 다녀온 후 확실히 깨달았다.
나는 여행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여행 중반쯤부터 지독한 감기에 시달리며 꽤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귀국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버렸다.
시험 전날에도 내년의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나는 여행에 정말 진심이구나' 생각했다.
그럼 내가 여행을 이렇게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행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녹아들어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을 때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노을, 바다, 여유' 이 세 가지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라기보다는 '내 취향의 여행지'를 좋아하는 이유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노을은 일상에서도 볼 수 있지만 보통은 여행지에서 보는 노을이 훨씬 더 예쁘고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삭막한 도시의 노을과 탁 트인 여행지의 노을은 다를 수밖에 없겠지.
바다는 집 주변에서 볼 수 없다.
바다가 주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를 좋아한다.
여행이 좋은 가장 큰 이유는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시드니를 사랑하게 된 이유도 '여유'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 여행지를 골라보라고 한다면 난 잠시의 고민도 없이 '시드니'라고 답할 것이다.
탁 트인 바다, 그리고 바다와 어우러진 하버브릿지랑 오페라하우스.
맑으면서 적당히 시원한 날씨.
멋진 야경을 뽐내는 대도시인 동시에, 자연을 한가득 안고 있는 곳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고,
그 하루를 굉장히 여유롭게 흘려보내는 듯한 시드니의 사람들.
이 모든 걸 지켜보고 또 함께하는 시간들이 행복했다.
글을 쓰다 보니 느낀 점인데, 나는 여행지를 '관광'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경험'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바쁘게 관광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여행보다는 여유롭게 현지의 삶을 느끼는 여행을 좋아한다.
이번 호주 여행을 계기로 내가 얼마나 여행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토록 여행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다.
이렇게 나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며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내 삶의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