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목동 1959
거의 한 달째 고3 수시 상담으로 몸이 지쳐있었다. 그사이 두 번이나 그를 충분히 이해해 주지 못하고, 서로를 힘들게 하는 사건들도 있었다. 몸이 힘든 상태에서 마음까지 괴로우니, 나는 밥도 굶어가며 나를 구할 방법만 생각하고 있었다. 여러 번 삼켜왔던 마지막 말을 뱉어버리고 싶었다. 그러면 괴로움에서 해방될 것 같았다.
그는 달랐다. 그는 나를 이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고, 그저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나를 사랑하기로 결정했고, 사랑하는 것에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했다. 나의 모진 말들에도, 자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논리에도, 나를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보여주는 사랑의 모습은 감동이었고 나를 부끄럽게 했다.
어제 화목동 달밤의 풍경은 내 삶에 손꼽히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 푸르던 논은 벼가 익으며 노란빛을 띠기 시작했다. 가을이 시작되었음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계절이 변하듯 우리 사랑도 빛깔이 달라지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내가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 생각했다. 받기를 갈구하던, 증명을 요구했던 사랑에서 주는 것이 즐거운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 ‘사랑한다’는 말이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힘껏 사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