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떠나는 행복여행
나른한 겨울잠을 깨우고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계절, 봄이왔다.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행 스토리텔러로 전국의 산과 들을 누비며 길 위에서 살아온 나에게 봄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 그 이상의 감성을 준다. 그것은 마치 오래된 친구가 건네는 다정한 안부 인사와도 같고,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라는 설레는 초대장 같기도 하다. 2026년 우리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리는 '봄의 부름'을 따라 길을 나선 이야기를 담아본다.
겨울의 끝자락, 차가운 공기 속에 미세하게 섞여 드는 흙 내음을 맡을 때면 직감한다. "이제 다시 떠날 때가 되었나?" 매년 돌아오는 봄은 늘 저에게 가장 정직한 시작을 알려준다. 무거운 동계 장비를 정리하고 가벼운 배낭을 챙길 때의 그 가벼움은, 마치 지난 삶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이번 봄의 첫 목적지는 흐드러진 꽃밭이 아닌, 이름 없는 강변의 작은 야영지, 18년 차 캠퍼에게 봄 여행의 묘미는 화려함보다는 '생동감'에 있다. 얼어붙어있던 강물이 녹아 흐르는 소리, 마른 나뭇가지 끝에 돋아난 연두빛 새순, 그리고 텐트 위로 떨어지는 따스한 햇살. 그 모든 것들이 제각기 다른 목소리로 봄을 노래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1인 솔로 캠퍼 이다보니 자연의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사색의 시간이다.
봄이 부르는 여행은 우리에게 '속도'가 아닌 '방향'을 묻고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 우리는 종종 내가 또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잊곤 한다. 하지만 봄의 길목에 서면 알게된다. 꽃이 피고, 잎이 돋는 데도 저마다의 때가 있다는 것을... 20년이 넘는 조직 생활의 관성을 벗어나 나만의 브랜드인 'mc 음주가무'를 일구고, '와일드 스토리 컴퍼니'를 통해 사람들에게 캠핑과 여행의 가치를 전달하는 지금의 삶 또한 봄의 섭리와 다르지 않다. 인내의 겨울을 견뎠기에 비로소 맞이하는 찬란한 개화인 셈이다.
최근 '아이로드 인천문화기행' 시즌 2 촬영을 위해 인천 곳곳을 누비며 느낀 봄은 또 다른 얼굴이었다.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박물관 담벼락 너머로 피어난 개나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정표 같았다. 여행은 단순히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닌 그 공간에 깃든 시간과 이야기를 만나는 일이다. 봄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 위에서 나는 단순히 MC나 출연자가 아닌, 그 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 적는 기록자가 된다.
여행의 끝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길, 내 마음속엔 봄꽃보다 화사한 생기가 가득 차 있다. 봄이 부르는 소리에 응답한다는 것은 내 안의 열정에 다시 불을 지피는 행위 라고 생각한다. 길 위에서 만난 따스한 햇살과 사람들의 미소, 그리고 자연의 경이로움은 내가 다시 세상으로 나아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여러분에게 봄은 어떤 목소리로 말을 걸고 있나요? 혹시 바쁜 일상에 가려 그 다정한 부름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지금 즉시 신발 끈 조여 매고 밖으로 나가보시길 권합니다. 거창한 준비가 없어도 좋습니다. 그저 봄바람이 이끄는 대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당신의 마음속에도 연두빛 희망이 싹트고 있을 것입니다. 봄은 지금,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