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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솜사탕 Jul 12. 2024

나는 생각한다. 고로 살아 있다.

나의 하루 일과와 근황

 - 프리랜서로 생활한 후 나는 규칙적이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회사에 다녔을 땐 9 to 6 시스템대로 몸을 움직였지만, 프리랜서 신분으로 24시간을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게 되니 하루하루가 다르다. 그래도 하루의 시작은 주말인 토요일까지 잘 고정되어 있다.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건 나의 안내견, 늘봄의 덕분이다.


 나의 아침은 6시 반에 시작된다. 늘봄이 아침밥을 챙겨주기 위해서다. 안내견들은 상당히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행중 배변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아침 일정을 기준으로 나의 하루도 시작되는 것이다.


 늘봄의 오전 일과를 마치면 컴퓨터 앞에 앉아 메일함을 확인한다. 지난밤 나를 찾는 연락이 있었는지 체크하는 작업이다. 급한 용무는 전화로 소통하지만, 그 외 중요도가 떨어지는 것들은 메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서 제작 의뢰가 들어오면 함께 일할 점역사와 메신저로 작업 스케줄을 계획한다. 마감까지 기한이 촉박하면 그야말로 일상은 테트리스가 된다. 빈틈없이 빡빡하게 생활해야 일상이 굴러간다. 24시간도 모자라서 잠을 줄이고 식사를 거르기도 하는데 요즘이 그렇다.


 업무적 비수기에는 저녁에 전화 일본어 수업을 진행하는 것 말고는 전부 자유시간일 때도 있지만 요즘처럼 바쁜 날에는 설거짓거리가 나오지 않는 고구마와 삶은 달걀로 간신히 연명한다. 한 주에 상담과 강연, 마감까지 겹치면 내 몸뚱이는 이미 이 세상 것이 아닌 지경에 이른다. 불과 월요일까지만 해도 이렇게 정신없지 않았는데... 긴급 제작도서가 들어오면서 지금 나의 일과는 바늘 하나 꽂을 곳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물을 마시는 것도, 화장실을 가는 것도 심지어 떨어뜨린 물건을 줍는 데 드는 시간까지도 아깝다. 수요일에 상담과 교육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를 사용한 덕분에 더 타이트해져 버렸다. 그렇다고 몇 달 전에 정해진 스케줄을 취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역시 내 일상 속 평화를 깨뜨리는 건 늘 점자도서제작 업무다. 상담과 교육은 보통 두 달 전에는 스케줄이 나오지만, 점자도서 제작은 의뢰자가 언제 어떤 책을 들고 올지 모르니 한 달 작업량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일을 내려놓지 못하는 건 묘한 보람 때문이다. 내가 만든 책으로 공부해서 공무원 시험이나 교직에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처럼 보람된 작업은 또 없는 것이다.


 하루에 늘봄이 일과를 챙겨주는 게 약 1시간, 나의 식사 시간 총 30분. 수면 시간 4시간. 그 외는 업무.... 이 글을 쓰는 것도 이동 중인 차 안에서다. 하하하.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일상이다. 그래도 나에겐 요리 솜씨 좋은 고마운 우렁각시 테디베어가 있어서 주말만큼은 잘 챙겨 먹을 수 있다. 휴식과 수면 부족에 의한 극도의 까칠함도 받아주고 있으니 그는 우렁각시보다 천사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나의 이 지옥 같은 스케줄은 책을 터는 27일까지 계속될 듯하다. 이번 달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고 있기에 살아있다는 걸 깨닫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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