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링링 Oct 24. 2024

나이가 든다는건 무르익어가는거다.

그래서 나는 지금이 좋다

- 돌아보며 추억하지 말자.

- 그러나 나는 여전히 아름답다. 


한 때는 나에게 보여주는 관심이 당연한 줄 알았다. 어디를 가더라도 날 보고 좋은 호감을 가지고 다가와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그냥 당연한 건 줄 알았다.  관심와 배려를 받는 것이 이렇게 짧은 순간 끝이 날 줄 몰랐다. 어느 순간 부터 이성들의 시선이 날 향하지 않는다.  이제 시선은 내 옆에 있는 어리고 사랑스러운 동료에게 모여든다. 

그 빛이 이제 나에게 없다. 그걸 느끼는 순간 씁쓸해졌다.


  아직 건장해 보이는 짐승은 젊고 용맹한 짐승에게 밀려 자신의 자리를 내 주었다. 그 충격에 한 때 용맹의 상징이었던 짐승은 검붉은 상처로 물든 지저분한 털을 채 숨기지도 못한 채 절뚝거리며 구석으로 갔다. 그는 상처 때문인지 충격 때문인지 급속도로 노화가 진행 되고, 상처는 깊은 병으로 바뀌어 갔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 화상을 입을 것 같은 뜨거운 태양을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망부석 처럼 주저 앉아 멍하니 있는다. 그는 상처 부위에 알을 낳으려는 파리도 쫓아내지 않고 더욱더 패배의 길을 향해 내려 간다. 눈은 흐려져 갔다. 그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짐승은 무엇을 꿈꾸며 눈을 감았을까? 용맹했던 젊은 날이 사라지는 순간 그는 자신의 삶을 내려 놓았다. 그에게는 하나의 추억만 존재하고 있었다.」


 아니다. 그만 보자. 나는 급히 화면을 멈추고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이 장면에 나를 동화시키지 말자. 나는 아직 그럴 때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20대 그리고 30대가 가진 화려하고 아름다운 빛이 내겐 없다. 한때를 말하고 싶지만  더 이상 한 때의 아름다운 빛을 내 뿜지 못한다. 여기서 멈춰 한때를 꿈꾼다면 나는 인생의 한 가지 때만 존재하던 짐승과 같이 될 것 같았다. 그건 인생에 패배를 향해 내 달리는 꼴이다. 


나는 다시 나를 보기로 했다

 나는 더 이상 꽃이 아니다. 향기 나는 꽃의 시기가 지나갔다.
 그러나 나는 무르익어 간다.  나는 또 다른 중요한 열매를 발하기 위해 내 달리고 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타인의 관심과 시선이 필요한 꽃의 시기가 아니기에 굳이 그 빛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각자에게 맞는 나이와 때가 있다. 


 마흔, 이제는 어딜 가도 날 의식하며 이성적 감정을 느끼고 다가 오는 사람도 없고, 어릴 적 느꼈던 이성의 호감을 받는 일은 없다. 이제는 더 이상 꽃향기를 낼 필요가 없어진 나는 예전에  뿜었던 이성을 모으는 호감의 시선을 더 이상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이 좋아졌다. 


지금은 내 안에 집중하는 시간이다.

무르익어가는 순간이 지금이다. 


스물, 그리고 서른은 가만히 있어도 아름답고, 향기롭고 빛이 난다. 그건 지나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나는 그 시기를 겪었으니 이제 됐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즐거운 추억이긴 하나 나는 그 하나의 삶만 살지 않을 것이다. 


 마흔, 무르익어 가는 게 무엇인지 이제 조금 알 거 같다. 

상처를 곪게 하고 내 속을 해롭게 하는 파리를 내 쫓을 것이다. 그리고 털에 덕지 붙은 상처를 핥아낸다. 상처가 아물고, 곪지 않게 핥아내고 걷어낸다.  나는 치료할 것이고, 일어나 걸을 것이다. 뜨거운 태양에 화상을 입을 나를 보호하기 위해 위로 받을 나의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다 잃은 것도 아니고, 홀로 남겨져 버려진 짐승이 아니다. 


젊은 날의 화려한 추억이 아닌 나는 나만의 아름다운 삶의 추억을 여전히 만들어 간다. 이건 현재 진행형이다. 

꽃은 피어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꽃의 의미는 지기 위해서다.
 꽃이 져야 그 안에 열매는 무르 익을 수 있다


 나의 꽃 같은 시기는 지금의 시기를 위해 향기를 발했던 거고, 지금의 시기는 무르익어 가니 때문에 좋은 거다. 그리고 나는 꿈꾼다. 과거의 한때의 추억이 아닌 무르익어 열매를 맺을 미래의 나를 꿈꾼다. 나는 어떤 열매를 가진 존재였을까? 나는 무슨 나무였을까? 나는 후에 무엇을 이룰 것인가? 



 나는 한해살이 꽃이 아니다. 나는 누군가의 라임오렌지나무이며, 누군가의 유익을 주는 열매를 맺을 것이며, 깊은 향기를 주는 나무가 될 것이다. 그렇게 서서히 무르익어간다. 





이전 05화 그건 내가 알게된 슬픔이 늘었기 때문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