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더니 왜인지 눈물이 늘었다.
- 넌 안 슬퍼?
- 그래, 그래도 괜찮아.
예전에는 눈물이 너무 안 나서 난처했다. 옆에서 공감해 주고 싶고, 같이 울어 주고 싶어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내가 그 사람이 아니니깐 그 사람에 아픔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난 몰랐기에 눈물이 나지 않았다. 회사 동료가 본인이 얼마나 아프고, 힘든지 이야기해도 아무 감각이 없었다. 나는 솔직히 말했다.
" 전 그 병을 잘 몰라요. 몸 안에 염증이 많이 나고, 팔을 들기도 어렵고 걷기도 어려울 때가 있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아픈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 상황이라고 하니 그렇구나 받아들이는 것뿐이에요. 미안해요. 공감하지 못해서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해서요. "
그리고 내가 아픈 상황이 왔을 때 비로소 나는 그 사람에 아픔을 조금 느낄 수 깊게 되었다.
" 와 이것보다 더 아팠겠지? 이 상태에서 참고 나와 회사 입장을 먼저 생각해 주면서 일하고 있던 건가? 내가 이걸 몰랐구나. "
그리고 다음 날 난 먼저 다가가 말을 걸었다.
" 내가 조금 겪어나서 비로소 알게 되었어요. 아픈 건 함부로 말하거나 판단할 부분이 아닌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전에는 눈물이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이 보는 만화영화를 보면서도 곧잘 운다. ' 왜 이렇게 눈물이 갈수록 많아지지? 안구 건조 부작용인가? ' 생각해 보았으나 이건 안구 건조로 인한 눈물이 아님을 알고 있다.
내가 눈물이 많아진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알게 된 슬픔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맞았을 때 얼마나 아픈지 겪어 본 사람은 그 아픔을 알기에 누군가를 함부로 때릴 수 없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통상적인 경우라고 하자.) 어렵고 힘든 사람을 보고 도와주는 사람은 그와 가장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가장 그 상황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업이 망하고, 빚을 가득 진 상태에서 아픈 아이를 어떻게든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부모가 악이 가득 찬 목소리로 고함을 지를 때 나는 순간 할 말을 잃게 된다.
" 당신은 내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알아요? "
라고 말하는 순간 ' 알 거 같아요. ' 비로소 부모가 된 나는 혼잣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다. 무력감 앞에서 만나게 되는 책임과 아픔이 뭔지 알기에 함부로 말할 수 없게 된다.
삶을 살아가면서 삶의 무게와 책임이 무엇인지 서서히 배우게 되면서 나는 조금씩 눈물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리고 타인의 인생을 함부로 말하지 못하게 되었고,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게 되었다.
" 저 여자 어떤 일하는지 알아요? 왜 저런 직업을 가질까요? 어휴 왜 저렇게 사나 싶네요? "
라고 옆에서 말하는 동료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 주홍 글씨만 보지 말고, 저 사람에 말을 들어봐. 순간 화가 나서 말할 수 있겠지. 뭐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러니깐. 그리고 난 다음 다시 보자. 사실 어쩔 수 없는 아픔일 수도 있잖아. "
" 하긴 맞다. 사연 없는 인생이 어디 있어. "
우리가 함부로 말할 삶이 어디 있던가?
거짓을 말해 반차를 사용하고 가는 직원을 보았다. 그 사실을 본 한 직원이 내게 물었다.
" 왜 당하고 가만히 있어? "
" 내가 뭐라고 하냐? 사실대로 말해도 연차를 쓸 수 있어. 제대로 조율하고 합의한 상황은 아니니 좋은 말을 못 들을 뿐이지. 사실상 쓸 수는 있어. 이렇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을 하면서 간 건 속상하긴 한데 굳이 밝히고 들추는 건 좋은 결과를 일으키지 못하고, 또 저렇게라고 자기 나름대로 발버둥 치는 걸 보니 쉬이 입이 안 떨어져. 이기적인 건 맞는데 그래도 나름 어떻게든 살려고 그러는 거잖아. "
사람들의 행동에 빠르게 반응하고, 쉽게 말하고 행동하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 수록 망설여졌다.
저 사람이 가진 다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고,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과연 다인가?
나는 생각하게 된다.
세상은 내가 알고, 생각한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원치 않는 1%에 빈 틈을 향해 움직인다.
상식으로 알고 있던 것들은 내 좁은 식견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지고 있던 상식은 정말 상식일까?
아니면 내 좁은 식견인가?
다시 돌이켜 본다. 그리고 누군가 내게 " 상식적으로 이게 맞아요? " 물을 때 답을 한다.
" 상식이라는 건 주관적인 거더라고요.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 남과 다를 때가 참 많더라고요. 내가 말한 상식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는걸 알게 되면서 제가 그 말을 잘 안 씁니다. "
나는 그렇게 상식을 다시 생각했다.
삶은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르게 흘러갈 때가 있다
그걸 인정하고 난 후 누군가를 바라 보았을 때 나는 함부로 잣대를 들이 밀 수 없게 되었다.
" 그래요. 당신도 노력하고 열심히 산 거잖아요. 그걸로 존중할 이유는 충분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