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저 사람 마음 뭔지 알거 같아. 나도 그랬거든
- 하나의 시간들이 모여 나를 만든다.
- 결국 모든 것은 연결된다.
나에게 스무 살 그리고 서른까지 시간은 다신 겪고 싶지 않은 어둠의 긴 터널이었다. 버티고 살아온 그 때가 지금에 나를 완성시킨 중요한 시간이긴 하나,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아픔에 시간이었다. 지금과 다른 일을 했었고, 전혀 이어질 수 없는 쓸데 없는 시간인 줄 알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예전에 경험이 필요한 순간을 만나게 된다. 나는 깜짝 놀라 멈춘다.
내 경험은 쓸데없는 경험이 아니었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된다. 살아가다 보면 내가 쓸데없다고 생각한 그때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때를 만날 때 나는 알게 된다. 결국 모든 것들이 만나 나를 만들었구나.
내 삶에 쓸데없는 시간은 없었다.
내가 버리고 싶던 그 순간도 다듬어져 지금에 나를 이루어 낸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아픔의 시간이고, 입으로 꺼내고 싶지 않은 어두움을 만났기에 나는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남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타인의 삶을 함부로 말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었고, 내 잣대를 가지고 설명할 수 없는 게 사람들에 인생이라는 걸 어둠을 겪고 나서야 나는 알게 되었다.
돌아갈 자신은 없다. 다시 만났을 때 이겨낼 자신도 없다. 그러기에 차마 이겨 내지 못한 사람들에 아픔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삶의 아픔이 무엇인지 알고 나서야 타인의 삶을 함부로 말하지 않게 되었다.
때로는 고함지르고, 지나치게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주위 사람들이 고개를 저을 때 뒤에서 조용히 말한다.
" 그래야 버틸 수 있었겠지.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깐 살기 위해 그랬을 수도 있어. 가끔 저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다시 들어봐. "
내가 그렇게 살아 보았기에 왜 저리 날카롭게 말하고, 고함을 지르는지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나는 그래서 조용히 듣는다. 가끔은 내 아픔 같아서 먹먹함이 몰려온다. 살아보니 삶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 나는 처음부터 알았으면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몰랐기에 오히려 버텼다. 젊은 날에 호기로 버텼고, 어린 날에 어리숙함으로 넘겼다.
아픔 열개, 경험 열개, 눈물 열개가 모여서 기쁨 하나, 즐거움 하나, 행복 하나를 만들어줬다.
지금에 내 삶이 소중한 이유는 그 모든 것을 겪었고, 버텼고, 지나 왔기 때문이다.
이제 삶을 시작하는 어린 아이를 만난다. 나의 자녀는 도망가고 싶어 하고, 실패를 피하려고 하고, 어려움을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아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지금 실패를 겪어야 네가 커서 덜 아파.
그러니 피하지 말고 이겨 낼 수 있으면 겪어 봐.
지금의 아픔과 실패가 커서 널 덜 힘들게 해 줄 거야.
이제 나는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예전 만큼 깊은 어두움으로 들어 가지 않는다.
이제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먼저 찾는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그냥 하나씩 묵묵히 한다. 그렇게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문제는 조금씩 해결 되기 시작한다. 풀리지 않는 어려움과 아픔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덧 해결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내가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나도 그런 적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두려운지 알기에 그 마음도 알 수 있는거다. 그렇게 내 삶의 모든 경험이 나의 생각을 만들고, 이해의 폭을 넓히고, 하나의 나를 조금씩 완성 시켜 가고 있다. 이제 나는 오늘 하루에 내 시간을 존중하기로 했다. 지금 겪고 있는 이 일도 결국 나를 완성 시켜 가고 나를 만들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도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