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해서 얻은건 날 좋은 길로 이끌어 주지 않았다.
-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건 생각하지 않을 거야.
- 괜찮아, 그래도 난 살아갈 수 있어.
남들은 잘도 생기던데 나는 결혼하고 3년이 지나도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불임 병원을 다니며 노력했으나 소식은 없었다. 의사는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회사 일을 쉬엄쉬엄 해 보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 맡은 직책을 내려놓기로 했다.
회사는 당황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뒤로 간다고 말한 사람은 이제껏 한 명도 없었다, 직책에 무게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은 퇴사를 했지 내려놓고 뒤로 물러나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전 가정이 더 중요해요.
아기를 가질 거예요.
라고 말하는 내 말에 상사는 긴 한숨을 쉬었고, 회사는 처음으로 직원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어렵게 아이가 생겼다. 그런데 아이는 위험했다. 유산 방지약과 주사를 매일 맞으면서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갈수록 더 위험했다. 나는 간절했기에 남편에게 말했다.
" 우리 새벽 기도 나가자. "
우리는 매일 새벽 기도를 갔다. 나는 신께 매달렸으나 허락되지 않았고 결국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늘은 무너질 것 같았고, 같이 죽고 싶었다. 여기 이 자리에 나만 살아 있다는 그 사실이 싫었다. 빛을 보는 것조차 싫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구석에 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일주일 뒤 나는 밖으로 나왔고 남편에게 산책을 같이 하자고 했다. 그리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일주일 그리고 한 달 두 달이 지났을 때 남편이 내게 물었다.
" 이제 새벽 기도 안 가? "
" 이제 더 이상 내가 매달릴 필요가 없어졌어. 그때는 혹시나 아이를 살려 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매달린 거고, 이제는 그 이유가 없어졌어. "
" 그런데 너 일주일은 엄청 괴로워했잖아. "
" 그건 너무 미안했거든 내가 지켜 주지 못한 것도 미안했고, 아이는 떠나보내고 나만 남았다는 것도 미안했어. 그리고 아이를 위해 엄마는 이 정도는 슬퍼해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 "
" 지금은 괜찮아? "
" 응, 할 만큼 했어. 살아 있는 사람은 살아야지. "
" 이제 우리 새벽 기도 안 가? "
" 매달린 절실한 이유가 사라졌어. "
" 아이가 없어도 돼? "
" 응, 괜찮아. 그래도 살 수 있어. 이제 매달리고 애쓰지 않기로 했어. 내가 매달리고 애쓰니깐 더 안 되더라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고 노력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며 살 거야. "
나는 떠나보내는 걸 그 순간 배웠다.
내가 애쓰고 노력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간절하게 바란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간절하게 바라고 매달리니 더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살기로 했다.
후에 의사가 물었다.
" 더 이상 주사 안 맞을 거예요? 진짜 실험관 안 해요? "
" 제가 불임 병원에 이제껏 낸 돈이 천만 원이 넘더라고요. 이제 너무 애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나 포기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노력은 조급하지 않게 해 보려는 거예요. "
"그래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런데 나중에 안 생겨도 괜찮아요? "
" 괜찮아요. 무리하게 욕심내서 가지려고 해 봤더니 더 좋지 않은 결과만 가지고 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살려고요. "
가지고 싶어 애쓰고 노력하다 보면 직감하게 된다.
' 이거 내 거 아니다. ' 그걸 직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모른 척 무리하게 욕심내서 가진 것들은 날 좋은 길로 이끌어 주지 않았다. 오히려 아픔을 가지고 오거나 슬픔을 내게 주었다. 어른들은 왜 아이처럼 욕심내지 않고, 저리 물 흐르듯 사는지 어릴 때는 몰랐다. 살다 보니 너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걸 서서히 느끼게 되었다.
그냥 살자.
나는 결심했다.
"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 잘하는 게 중요한 거야. "
한 청년이 학생을 향해 하는 말을 듣고 나는 빙그레 웃었다. 열심히 해 왔지만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 학생은 울상이 되어 있었다. 청년이 자리는 떠나고 난 후 학생 옆에 가서 나는 물었다.
" 열심히 다 했을 때 기분 좋았어? "
" 네! 그런데 선생님 한테 혼만 났어요. "
" 그래도 괜찮아. 막상 살아보니 굳이 잘할 필요가 없더라. 대신 결과가 어떻든 간에 포기하지 말고 그냥 계속 살아. 그럼 돼. "
잘하지 않아도, 너무 애쓰지 않아도 살아지는 게 삶이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일하지 않고, 생각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또한 제대로 살 수 없는 게 삶이었다. 그래서 나는 악착같이 매달리지도 않고, 일희일비하며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되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로되 물이 아니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성철스님-
삶은 자연스러운 거고, 흐르듯 살아가는 이치와 같은 거지만 다시 보면 어릴 적 보다 더 노력해야 하고, 버티고 애쓰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니면 애쓰지 말아야 하고 자연스럽게 흐르듯 살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법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