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링링 Oct 16. 2024

너무 애쓰지 않기로 했다

무리해서 얻은건 날 좋은 길로 이끌어 주지 않았다. 


-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건 생각하지 않을 거야.

- 괜찮아, 그래도 난 살아갈 수 있어. 



남들은 잘도 생기던데 나는 결혼하고 3년이 지나도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 불임 병원을 다니며 노력했으나 소식은 없었다. 의사는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회사 일을 쉬엄쉬엄 해 보는 게 어떠냐고 권했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 맡은 직책을 내려놓기로 했다. 


회사는 당황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모든 직책을 내려놓고 뒤로 간다고 말한 사람은 이제껏 한 명도 없었다, 직책에 무게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은 퇴사를 했지 내려놓고 뒤로 물러나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 


전 가정이 더 중요해요. 
아기를 가질 거예요. 


라고 말하는 내 말에 상사는 긴 한숨을 쉬었고, 회사는 처음으로 직원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어렵게 아이가 생겼다. 그런데 아이는 위험했다. 유산 방지약과 주사를 매일 맞으면서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나 갈수록 더 위험했다. 나는 간절했기에 남편에게 말했다.  


" 우리 새벽 기도 나가자. "


우리는 매일 새벽 기도를 갔다. 나는 신께 매달렸으나 허락되지 않았고 결국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늘은 무너질 것 같았고, 같이 죽고 싶었다. 여기 이 자리에 나만 살아 있다는 그 사실이 싫었다. 빛을 보는 것조차 싫었다. 그렇게 일주일을 구석에 박혀서 나오지 않았다.  일주일 뒤 나는 밖으로 나왔고 남편에게 산책을 같이 하자고 했다. 그리고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일주일 그리고 한 달 두 달이 지났을 때 남편이 내게 물었다. 


 " 이제 새벽 기도 안 가? " 


 " 이제 더 이상 내가 매달릴 필요가 없어졌어. 그때는 혹시나 아이를 살려 주시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매달린 거고, 이제는 그 이유가 없어졌어. "


" 그런데 너 일주일은 엄청 괴로워했잖아. "


" 그건 너무 미안했거든 내가 지켜 주지 못한 것도 미안했고, 아이는 떠나보내고 나만 남았다는 것도 미안했어. 그리고 아이를 위해 엄마는 이 정도는 슬퍼해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 "


" 지금은 괜찮아? "


" 응, 할 만큼 했어. 살아 있는 사람은 살아야지. "


" 이제 우리 새벽 기도 안 가? "


" 매달린 절실한 이유가 사라졌어. "


" 아이가 없어도 돼? "


" 응, 괜찮아. 그래도 살 수 있어. 이제 매달리고 애쓰지 않기로 했어. 내가 매달리고 애쓰니깐 더 안 되더라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고 노력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며 살 거야. "


나는 떠나보내는 걸 그 순간 배웠다. 




 내가 애쓰고 노력한다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간절하게 바란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간절하게 바라고 매달리니 더 가질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살기로 했다. 


후에 의사가 물었다. 

" 더 이상 주사 안 맞을 거예요? 진짜 실험관 안 해요? "


" 제가 불임 병원에 이제껏 낸 돈이 천만 원이 넘더라고요. 이제  너무 애쓰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나 포기하는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노력은 조급하지 않게  해 보려는 거예요. "


"그래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그런데  나중에 안 생겨도 괜찮아요? "


" 괜찮아요. 무리하게 욕심내서 가지려고 해 봤더니 더 좋지 않은 결과만 가지고 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살려고요. "



 가지고 싶어  애쓰고 노력하다 보면 직감하게 된다.   

' 이거 내 거 아니다. ' 그걸 직감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모른 척 무리하게 욕심내서 가진 것들은 날 좋은 길로 이끌어 주지 않았다. 오히려 아픔을 가지고 오거나 슬픔을 내게 주었다. 어른들은 왜 아이처럼 욕심내지 않고, 저리 물 흐르듯 사는지 어릴 때는 몰랐다. 살다 보니 너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걸 서서히 느끼게 되었다. 


그냥 살자.

나는 결심했다. 



" 열심히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 잘하는 게 중요한 거야. " 

한 청년이 학생을 향해 하는 말을 듣고 나는 빙그레 웃었다. 열심히 해 왔지만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한 학생은 울상이 되어 있었다. 청년이 자리는 떠나고 난 후 학생 옆에 가서 나는 물었다.

" 열심히 다 했을 때 기분 좋았어? "

" 네! 그런데 선생님 한테 혼만 났어요. "

" 그래도 괜찮아. 막상 살아보니 굳이 잘할 필요가 없더라. 대신 결과가 어떻든 간에 포기하지 말고 그냥 계속 살아. 그럼 돼. "


잘하지 않아도, 너무 애쓰지 않아도 살아지는 게 삶이었다. 그러나 무엇이든 일하지 않고, 생각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또한 제대로 살 수 없는 게 삶이었다. 그래서 나는 악착같이 매달리지도 않고, 일희일비하며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로되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로되 물이 아니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성철스님-


삶은 자연스러운 거고, 흐르듯 살아가는 이치와 같은 거지만 다시 보면 어릴 적 보다 더 노력해야 하고, 버티고 애쓰면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내 것이 아니면 애쓰지 말아야 하고 자연스럽게 흐르듯 살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이전 02화 삶을 살아가는데 기교는 필요하지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