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않았더니 내가 게을러졌다.

- 내가 아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by 링링

- 버리지 못했더니 내가 지저분해졌다.

- 내가 아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 엄마 이거 사도 되나요? "

아이의 질문에 나는 대답했다.

" 안돼! 놔둘 곳이 없어. 네가 무엇을 사고 싶다면 지금 네가 가지고 있는 물건 중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먼저 버려. "

그리고 집을 둘러보았다. 대부분의 물건들이 내가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었다. 쌓여 있는 물건은 집을 엉망으로 만들고, 집을 망가뜨린다. 물건값보다 집값이 더 비싼데 나는 물건값이 아까워 비싼 임대료를 내고 물건을 집 안에 쌓아 둔다. 그렇게 집은 엉망이 되어간다. 치우기 힘들어진 집은 내 의욕을 꺾어 버린다. 귀찮아지고, 무슨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렇게 버리지 못하면 내가 망가지고 엉망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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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도 마찬가지다. 버리지 못하고, 비우지 못하면 남아 있는 지저분한 미련이 날 붙들어 잡고 나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버리고 비우자.


그렇게 다시 시작하기 위해 나는 제일 큰 75L 쓰레기봉투를 사서 미련하게 놔둔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다. 버리지 못하면 지금처럼 그대로 머물러 있을 것을 알기에 모질어지기로 결심했다. 내 모습을 보더니 물욕이 강한 첫째 아이가 기겁을 했다.


" 엄마, 그걸 버리면 어떻게 해요. 놔두면 나중에 가질고 놀 수 있어요. "


" 일 년을 넘게 안 가지고 놀았어. 그리고 이제 학생이 되었으니 어릴 적 장난감은 조금씩 보내야 하지 않을까? "


" 나한테 소중했던 건데요. "


아이의 말대로 한 때는 소중했던 거고, 한 때는 내게 필요했던 거다. 그래서 가지고 있던 거고, 내게 머물러 있던 거다. 하지만 늘 여기에만 머물 수 없는 게 우리의 인생이지 않는가? 보내야 할 것은 보내야 하고 비워줘야 할 것은 비워줘야 한다.


당연한 내 것도 없고, 원래부터 내 것도 없다. 바뀌어야 할 것을 바뀌고, 버릴 것은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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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난 후 이제 내가 할 것은 무엇을 채우느냐이다.


비우고 난 후 아무 계획이 없으면 전과 같이 돌아가게 된다. 성경에 한 이야기가 있다. 더러운 귀신이 나간 집이 깨끗해지고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자, 이제 더러운 귀신은 더 악독하고 지저분한 귀신들을 불러 모아 비어진 집을 차지했다고 한다. 우리 마음도 이와 같다. 깨끗하게 비어냈으나 그다음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정하지 않으며 더 엉망이 되고 지저분해진다. 원래부터 그런 사람은 없다 내가 만들어내고 내가 그렇게 했던 것들이다. 그러니 털어야 할 것은 털고, 버릴 것은 버렸다면 이제 나를 어떻게 바꾸고, 무엇을 채울지 생각해야 한다. 자꾸만 다시 들어 올려고 하는 내 지저분한 옛 습관이 내게 와 문을 두드리지만 나는 다시금 비우고 더 나은 것을 채우기를 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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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원래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

묻는 아이의 말에 내가 왜 책을 읽게 되었는지 생각했다.


" 흠, 엄마는 어릴 때 제주도에 살았어. 그때는 매일 산과 바다를 뛰어다니며 놀았어. 그러다가 대구로 이사를 왔는데 너무 갑갑하고 놀게 없는 거야. 그때가 8살이었는데 너무 놀아서 글자를 못 읽었어. 그런데 집에 티비도 없었어. 그리고 엄마의 엄마는 일하러 나가시고 집에 엄마 혼자 덩그러니 있었거든. 그때 집에 오디오가 있었고, 책 내용이 담긴 오디오 테이프가 집에 있었어. 그래서 거의 매일 그 테이프를 틀고 책을 펴서 같은 내용을 읽고 또 읽으면서 지냈거든 그게 엄마를 바꾼 거 같아. "


원래부터 그랬다고 생각했던 나의 옛 습관은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 테이프를 돌려 바꿔 끼우며 같은 책을 수십 번 읽던 내가 혼자 글자를 읽고 쓰기 시작했고, 도서실에 찾아가 책을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던 것처럼 내 결심은 당연한 내 것이라고 느꼈던 옛 습관을 하나씩 버리게 하고 다른 무언가로 바꾸어 준다. 그 후 "나는 원래 그래" 라는 말을 쓰지 않게 되었다.


원래부터 그랬던 사람은 없다. 그냥 그랬던 거다. 단지 내가 결심하지 않았고, 다른 것으로 바꾸려고 각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우리 삶에 모질어야 할 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각오가 날 무엇인가 버리게 할 것이고, 비우게 할 것이다. 그리고 비워질 때 중요한 무엇인가를 채우자. 내가 비우는 이유는 다른 그 무엇으로 바꾸어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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