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본 적이 없었다를 읽고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라고 매일 미친 듯이 글 쓰는 게 재밌는 것은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처럼 멋지게 매일 새벽에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조차 곤욕인 날도 있다. 특히 지난주는 유독 심했는데, 과거의 아픔 때문인지 요즘 내가 해이해진 것인지, 생각이 참 많아졌다. 그러던 중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본 적이 없었다>를 읽었는데, 날 울컥하게 만들었다.
과도한 생각은 우리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적당한 생각은 우리를 합리적이고 지혜롭게 하지만, 과도한 생각은 비합리적이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이어트를 할 때 체지방을 덜어내는 것처럼, 마음의 다이어트를 위해 과도한 생각을 덜어낼 필요가 있다. (p.17)
글이 잘 안 써지면, 안 써지는 대로 뭐라고 끄적이거나, 아니면 밖에서 즐겁게 놀다 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론칭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다. 그러다 마감일이 뒤로 밀렸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명상을 했다.
살려고 시작한 명상이 다행히도 효과가 좋았다. 마음의 짐이 덜어지니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본 적이 없었다>라는 책도 눈에 들어왔다.
"완벽하려 하지 마세요. 잘해야 '한다'라는 마음의 규칙을 내려놓으면 잘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바람이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을 좀 더 완벽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p.33)
예전부터 완벽하지도 않은데 완벽하려고 해서 내가 나를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번 원고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에 짓눌려 제대로 쓰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잘하고 싶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느라 제대로 잘하지 못한 나를 다그치기보다는 '괜찮아?'라고 묻고 위로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원인을 알기만 하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어서 '왜'에 집착하게 된다.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너무 괴롭고 고통스러울 때, 그 시간을 견디기 위해 우리 마음은 어떠한 '희망'이 필요하다. (p.54)
원고가 잘 써지지 않는 동안 나는 '왜'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왜 게을러진 걸까?', '왜 좋은 아이디어가 잘 생각나지 않는 걸까?' 그러다 원인보다 '어떻게 하면 원고를 빠르게 잘 쓸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원고를 써 내려갔다. 함광성 작가의 말처럼 문제의 원인을 알아도 해결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바람'에 집중해해야 할 일을 해내는 게 중요하다.
'중꺾마'라는 말이 유행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의미였는데, 요즘에는 '중요한 건 꺾여도 계속 가는 마음'이라는 의미로 쓰인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이 참 좋습니다. 삶에서 겪게 되는 상실은 우리의 마음을 꺾어 버리곤 합니다. 그렇게 꺾였을 때, 그래도 계속 꿋꿋하게 삶을 이어 나가기 위해서는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p254-255)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나를 다그치곤 했지만,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고 안아주는 시간을 보냈다. 좀 느릴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으며, 반드시 잘 해낼 필요도 없다. 그저 묵묵히 내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자. 그렇게 글을 써 나가면 된다.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본 적이 없었다>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책이지만, 그 책이 준 에너지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명상과 이 책을 통해, 힘든 순간이 오면 오는 대로 계속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위로와 추진력을 모두 충전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