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작가의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와 함께
'이걸 왜 읽어야 해.'
한동안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 쓴 에세이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글의 내용이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그 뒤에 있는 사람의 얼굴 혹은 그 사람에 관한 호기심, 감정 등이 떠오르지 않으면 흥미가 반감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 반대다. 누군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나와 전혀 상관없기 때문에, 타인의 삶을 책으로 만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들의 이야기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로의 초대장 같다. 익명의 저자들이 펼치는 삶의 조각들은 타인의 창문을 통해 삶을 공유하는 기쁨을 알게 해 준다. 그들이 겪은 기쁨과 슬픔, 사랑과 상실은 나의 일상과는 다른 색깔로 빛나기에 눈길이 더 오래 머문다. 또한 그들의 경험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며칠 전 도서관에서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라는 에세이를 우연히 만났다. 처음에는 큰 감흥 없이 펼친 책이었다. 마스다 미리 작가가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책과 그림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는 잘 몰랐다. 그러나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의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녀의 소소한 일상과 따뜻한 시선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내가 겪어본 적 없는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 느껴지는 진솔함과 정감이 나를 끌어당겼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마치 그녀의 삶을 엿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은 내 눈에도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익명의 저자들이 쓴 글이 내게 위로가 되는 것처럼, 마스다 미리 작가의 이야기도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내가 가진 고민, 기쁨 등의 감정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그녀의 글은, 잔잔하지만 소중한 친구의 응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타인의 삶을 엿보는 재미는 결국 나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모르는 세상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게 되고,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오늘도, 책장을 넘기며 또 다른 타인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이런 생각을 하며 문득 과거의 몽글몽글한 감정이 떠올랐다. 에세이를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설렘과 호기심, 그리고 그 속에서 찾았던 작은 위로들. 아, 이래서 내가 에세이를 좋아했었지. 타인의 삶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해주는 그 특별한 순간들은 지금의 나에게도 여전히 소중하다.
어쩔 수 없이 평생 에세이를 사랑할 운명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