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6 멍한 하루를 건너는 중입니다

모닝 페이지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지나가긴 하더라

by 윤채

1-6

미래는 천천히 다가오고, 현재는 빠르게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멈춰 있다. -프리드리히 실러

오늘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할 것이고, 내일은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이루겠다. -제리 라이








어쨌든 하루는 흐른다





오늘 하루는 이상했다. 눈을 떴지만, 깨어난 느낌이 없었다. 해야 할 일은 많았지만, 손은 무겁고 마음은 자꾸 먼 데만 헤매었다.



하루 종일 멍하니 있었다.



스크롤을 내리다 말고, 유튜브를 켰다 껐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책을 폈지만 두 줄도 넘기지 못한 채, 다시 핸드폰으로 돌아왔다.




ava-tyler-DMGRZL4Eifc-unsplash.jpg



그제야 문득 떠올랐다.



나, 지금… 도파민이 고장 난 걸까?



우리는 매일 강한 자극에 노출된다. 작고 귀여운 고양이 영상부터, 누군가의 화려한 성취, 사사로운 일상의 과장된 행복들까지.



이 자극들은 우리 뇌에 도파민을 뿌린다. '보상'이라는 이름의 약처럼. 그리고 그 보상에 익숙해지면 아무 자극도 없는 평범한 하루는 견디기 힘들어진다.



멍한 하루는 그 반동이다.



너무 많은 자극을 받아버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피로한 상태. 기쁨도 슬픔도 없이, 그저 무채색으로 가라앉는 하루.




felipepelaquim-tEqAsLOAWsk-unsplash.jpg



생산성을 강요받는 세상에서, ‘멍하다’는 건 게으름이 아닌 저항일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자극받던 뇌가 잠시 꺼지는 시간. 무기력이 아니라 재부팅이 필요한 순간.



그래서 오늘은 억지로 나를 추슬러 일으키지 않기로 했다.



해야 할 일들을 조금 미뤘고, 내가 잘한 건 거의 없지만, ‘이만하면 괜찮다’고 스스로를 토닥였다.



멍한 하루도 내 인생의 일부니까. 그 하루를 기록하는 것도 나를 돌보는 일일 테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5 나는 정말, 가장 중요한 것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