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모닝페이지 :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만났다
○ 인과응보
-선행과 후일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
-좋은 행위에는 좋은 결과가 나쁜 행위에는 나쁜 결과가 따른다는 의미
"세상엔 인과응보 같은 건 없어."
늦봄의 바람이 불던 밤. A의 한마디는 이상하리만치 오래 남았다.
A는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믿었다. 선하게 살아도 보상이 없고 악하게 살아도 벌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그의 말은 낯설지 않았다.
나도 정직하게 살아도 고단한 인생을 사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다. 나쁜 짓을 해도 잘 먹고 잘 살 사람을 잘 살았다. 나 역시 착하게 살았지만, 언제나 결과가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착한 일 해봤자 소용없다며 염세적으로 굴지 않았다.
그런데 A는 그 불공정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조금 특별했다. 그는 매주 1만 원씩 로또를 산다.
"4억이 생기면 집부터 살 거야."
꿈은 현실적이지만 실현 방법은 지극히 비현실적이었다.
아이러니했다. 세상에 인과응보는 없다며 원인과 결과를 부정하는 사람이 로또라는 극단적인 운에는 기대를 거는 것이. 마치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을 중간에 포기하고 마지막 결승선에 데려다줄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A는 현실을 비관하면서도 그 불공정을 견디는 방법으로 '기적'을 택했다. 어쩌면 그 역시 신념의 다른 얼굴이었다.
누군가는 그를 냉소적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그 안에서 불행이 뒤섞인 간절함을 보았다. 지금의 삶이 벗어나고 싶은 만큼 힘들다는 고백처럼 느껴졌으니까.
인생이 완벽하게 공정하다고 믿지 않는다. 하지만, 매일의 성실함과 조용한 선택들인 선행과 작은 습관과 같은 인과들이 미래의 내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리라 믿는다.
착하게 산다고 반드시 복을 받는 건 아니고, 노력했다고 늘 좋은 성과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남을 해치지 않고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삶엔 언젠가 어떤 형태로는 보상이 찾아온다.
이는 종교나 윤회사상이 아니라 오늘을 견디기 위한 하나의 삶의 자세와도 같다. 그 조용한 믿음이 나를 지탱해 준다.
"그건 무모한 기대야. 차라리 로또가 더 현실적이지."
돌아보면 A는 정말 내일을 꿈꿀 수 없는 오늘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A가 안타깝긴 했지만,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었다. 세상이 불공정하다는 데에는 동의했지만 그래서 모든 걸 운에 맡기자는 주장에는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다. 선행과 자기 계발 같은 노력을 할 시간에 복권을 사는 A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다.
로또는 사야만 당첨된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로또 당첨이 언제 될지 모르는데, 아무런 노력도 안 하면서 로또만 바라보는 건 나와는 맞지 않는 방식이다.
기적 같은 반전도 결국 묵묵한 축적을 통해 꽃을 피운다. 손에 남은 빈 복권보다 내겐 다듬어진 한 문장이 더 든든한 삶의 동반자가 되어 준다. 오래 걸릴지라도 매일 쓰는 문장 하나하나가 언젠가 내 삶의 기대하는 그 이상의 결과를 선물할 것이라 믿는다.
● 마음속으로 상상하고 믿을 수 있다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나폴레온 힐
● 지금 네가 겪고 있는 고통은 네가 세상을 바라보는 한계를 깨는 소리다. -칼릴 지브란
● 피터가 공중제비를 몇 번 돌고, 마지막으로 크게 환호성을 지르더니 남은 화분들까지 모조리 쓸어가며 열린 창문으로 휙 날아가는 순간, 마침 폴리이모가 들어왔다. 노부인은 너무 놀라서 안경 너머로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며 그대로 굳어버렸고, 톰은 바닥에 누워 웃음을 참느라 죽을 지경이었다. -톰 소여의 모험, 마크 트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