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모닝페이지:미국 인디언의 삶과 문학을 듣기 전후로 깨달은 것
그러나 진짜 성장은 언제나 그 불편함에서 시작된다.
익숙한 것들 속에서 우리는 안전함을 느낀다. 매일 다니던 길, 늘 쓰던 말, 예상 가능한 사람들. 그 익숙함은 우리에게 안정을 주지만, 때때로 내 세계의 한계를 만든다. 낯선 것을 피하게 하고 새로운 관점을 거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나 역시 그 두려움 앞에서 잠시 망설였다. <미국 인디언의 삶과 문학>이라는 강의를 발견하고 들을지 말지 고민했다. 미국 인디언이란 키워드 자체가 나에게는 좀 낯설었다. 사학을 전공했지만 이 분야는 내 관심 밖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날 그 낯섦이 묘하게 끌리는 감각을 느꼈다. 나는 무언가를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물러서기보다는 그 무지를 받아들인 채 한 걸음 다가서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익숙함이라는 벽에 작은 금을 내고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세 가지 열쇠가 무엇인지를. 낯선 강의는 내 감각을 바꾸었고 세 가지 열쇠를 내게 건네주었다.
우리는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 종종 자기 검열에 시달린다.
'내가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지금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이런 질문이 우리를 멈춰 세운다. 그러나 모든 배움의 출발은 그 질문을 뛰어넘는 데 있다.
모른다는 것은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새로운 배움의 문이 열린다. 강의를 들으며 나는 수없이 많은 생경한 단어와 개념을 만났다. 무조건 전부 이해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내려놓고, 일단 듣는 것에 만족했다. 잘 모르더라도 그 흐름과 소리에 귀 기울일 수는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무지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들을 때 사람의 사고는 더 깊어진다. 그리고 열린 마음으로 듣는 사람에게 세계는 더 다양한 색과 소리로 말을 건다.
익숙함이라는 벽은 종종 나와 비슷한 사람들, 비슷한 생각들, 그리고 내가 속한 사회의 익숙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진다. 그 안에 머무는 동안 우리는 편안하지만 세상의 다른 진실, 다른 아름다움, 그리고 다른 관점을 놓치게 된다.
익숙함의 벽을 깨려면 의도적으로 그 밖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미국 인디언의 삶과 문학> 강의는 내게 바로 그 '나와 다른 목소리'를 듣는 경험이었다. 백인 중심의 역사 서술에 익숙했던 나에게 그들의 문학과 삶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보여주었다. 고통 속에서도 잃지 않은 강인함, 자연과의 깊은 교감, 말보다 침묵에 담긴 지혜. 내가 알던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는 순간이었다.
의도적으로 당신의 익숙한 세계 밖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는 건 낯선 시도를 위한 좋은 발판이 되어준다. 평소 읽지 않던 분야의 책,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의 진솔한 대화, 다른 문화에 대한 다큐멘터리 시청. 낯선 이야기들은 익숙한 세계를 흔들어 깨우고 새로운 차원을 열어줄 것이다.
낯선 주제 앞에서 우리는 압도되기 쉽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할 것 같아 시작조차 망설인다. 하지만 익숙함의 벽은 '이해'보다는 '경험'을 통해 허물어진다.
<미국 인디언의 삶과 문학> 강의는 완벽한 이해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낯선 세계를 '경험'해보기 위한 작은 시도였다. 비록 강의 내용을 모두 소화하지 못했더라도 그 시간 자체가 내 감각을 깨우고 시야를 넓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강의 하나를 들어보거나 관련 책을 한 장만 읽어보거나 다큐멘터리 5분만 시청하는 등 아주 작은 시도부터 시작해 본다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다. 아주 작은 경험들이 모여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다.
강의가 끝난 후 나는 내 일상 속에도 작은 변화가 스며든 것을 느꼈다. 조금 더 천천히 읽고, 조금 더 오래 침묵하며, 무엇보다 익숙함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세상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이미 아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모르는 낯선 것을 통해 시야를 넓혀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익숙함이라는 벽을 깨트리는 일은 거창한 결단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아주 작은 관심 하나, 아주 조용한 시도 하나, 아주 낯선 강의 하나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모름을 인정하는 용기, 나와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 그리고 두려움 없이 작은 경험을 쌓아나가는 실천. 이 세 가지는 나의 작은 세계를 넓혀줄 열쇠 된다.
그러니 당신도 어딘가 마음이 머무는 낯선 세계가 있다면 조용히 그곳의 문을 열어보기를 바란다. 그 너머에는 당신이 아직 만나보지 못한 '당신 자신'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 만약 당신이 주변에서 제일 잘난 사람이라면, 당장 그곳에서 벗어나 도망쳐야 한다. -오스킨 클레온
● 인생을 살다 보면 당신보다 더 뛰어난 증오자는 앞으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데이비드 고긴스
● 그는 그 어떤 산책도, 그 어떤 것도 자신에게 이렇게 큰 행복을 줄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