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모닝페이지:성장을 위해서는 '목적'이 필수인 이유 3가지
이 질문은 어느 날 문득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내 안에서 조용히 자라난 물음이었다.
고가의 유료 프로그램부터 소규모 무료 모임까지 다양한 독서모임에 참여해 왔다. 책을 매개로 낯선 이들과 인연을 맺고, 삶의 조각을 나누는 시간은 나쁘지 않았다. 책이라는 공통 언어로 이어지는 만남이었기에 때로는 따뜻했고 때로는 신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모임이 끝날 때마다 내 마음엔 묘한 공허함이 남았다. 겉으로는 웃으며 헤어졌지만, 나는 늘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왜 이렇게 허전할까? 무엇이 빠져 있는 걸까?"
그 허전함의 정체를 최근에야 비로소 명확히 알게 되었다. 문제는 '형식'이 아니라 '방향'에 있었다.
독서 자체는 늘 내 삶의 중심에 있었고 나는 책을 통한 '성장'을 꿈꿔왔다. 하지만 그 목적을 함께 나누고 더 깊이 밀고 나갈 사람과 모임은 쉽게 만나기 어려웠다.
독서를 습관화하기 위해 모임에 간 것이 아니었다. 이미 책은 내 일상에 깊이 스며든 루틴이었다. 그런데 많은 독서모임은 여전히 '읽는 습관 만들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물론 처음 독서를 접하는 이들에게는 유익한 구조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꾸준히 읽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방향이다.
"왜 이 책을 읽는가? 무엇을 위해 이 문장을 곱씹는가?"
같은 책도 목적이 분명하면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독서는 나의 삶을 해석하는 도구이며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방향키다. 나에게 필요한 모임은 단순히 함께 읽는 곳이 아니라 함께 생각의 방향을 묻는 자리였다.
많은 모임이 '친구책'처럼 가볍고 편안한 분위기로 운영되었다. 책을 핑계 삼아 친목을 다지고, 감상을 나누는 시간은 물론 소중하다. 하지만 나의 갈증은 그보다 깊은 곳에 있었다. 나는 책 속 문장을 단순히 음미하는 것을 넘어 그 질문을 삶으로 끌어오고 싶었다.
"이 말은 내 삶에서 어떤 의미인가?"
"나는 이 질문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
이런 사유의 흐름 속에서 나의 독서는 살아난다. 표면적인 감상 나눔도 위안을 주지만 지속적인 내면의 확장과 성장은 목적 있는 사유에서 비롯된다. 목적 없는 수다는 흩어지지만 목적 있는 사유는 쌓인다.
최근 김익한 교수의 강의를 통해 접한 '공부책' 개념은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한 권을 핵심으로 정리하거나 한 주제를 기준 삼아 세 권 이상을 연결해서 읽는 방식은 내 안에 흩어져 있던 독서의 결을 하나로 꿰어주었다.
나는 과거에도 책을 읽을 때마다 언제나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위로가 필요할 땐 따뜻한 이야기를,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땐 철학서를, 내 안의 흐름을 정비하고 싶을 땐 공부책을 찾아 읽었다.
나는 즐길 땐 즐기고 성장할 땐 치열하게 읽는 사람이다. 문제는 나의 이 목적성을 함께 나누고 확장해 줄 '동반자'가 모임 안에 없었다는 것이었다.
때로는 모임 안에서 너무 진지한 사람처럼 느껴졌고 혼자 다른 질문을 던지는 이방인 같기도 했다. 내 독서는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 깊이를 함께 걸어갈 공간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안다. 예전에 참여했던 모임 자체가 틀린 것이 아니었음을. (물론 엉망인 리더도 있었다.)
다만, 내가 찾던 방향과 그들이 향하던 방향이 달랐을 뿐이다. 나는 누군가의 방식이나 태도를 폄하하지 않는다. 다만, 나에게는 더 깊은 사유와 명확한 목적이 필요한 시기였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책을 사랑한다. 즐기고, 위로받고, 웃기도 한다. 그저 시기에 따라 단지 좋은 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느끼는 것뿐이다. 삶을 바꾸고 싶은 갈망이 강해질수록 '왜 이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이 중요한 때도 있으니까.
지금 나는 내 독서의 목적을 분명히 인식하며 그것을 나침반 삼아 책이라는 숲을 걷고 있다. 즐거움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품고 싶은 욕심 많은 사람으로 나는 오늘도 책장을 넘긴다. 나의 다음 질문은 무엇일까 그 답을 찾는 길 위에서.
● 변명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어차피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파울로 코엘료
●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드러난다. -새뮤얼 존슨
● 사람을 친절하고, 동정심 많고, 이해심 깊게 만들어요. 아이들은 반드시 상상력을 길러야 해요. -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