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모닝페이지:세상의 모든 서툰 문장들에게 보내는 변론
며칠 전 sns에서 한 문장을 마주하고 마음이 싸해졌다.
누군가의 가벼운 말이었지만 내게는 묵직하게 심장을 찌르는 칼날이었다. 책 쓰는 사람의 노고를 전혀 몰라주는 말이라는 게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웹소설 작가로 살고 있는 동시에 24개월 간 1271권의 종이책을 읽어낸 사람이다. 지금도 책상 위에 '읽고 싶은 책'이 넘쳐나는 사람이기 하다.
하루 중 가장 조용한 시간을 골라 책장을 넘기고 문장을 따라가며 필사하고 때로는 작은 메모를 남긴다. 글을 쓰기 위해 책을 읽고 책을 읽기 위해 글을 쓴다. 그렇게 나는 매일 읽고 쓰는 삶을 산다.
그러니 '종이가 아깝다'는 말에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세상엔 잘 다듬어진 명문도 있지만 덜 익은 문장들도 있다.
어떤 글은 서툴고 거칠고 어쩌면 조금은 낯부끄럽다. 나 역시 그런 글을 수없이 써왔다. 하지만 그걸 두고 '종이가 아깝다'라고 말한 적도 생각한 적도 없다. 이는 아직 피어나지도 못한 꽃을 꺾는 일에 불과하다.
글쓰기는 근육과 같다. 매일 써야 힘이 붙는다. 잘 쓰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쓰다 보면 잘 쓰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믿는 창작의 진리다.
누군가는 한 권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 수천 문장을 지우고 다시 쓴다. 비록 지금은 미숙하고 어설프고 완성되지 않은 문장일지라도 그 안에는 쓰는 사람만의 흔적과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성장의 증거다.
나는 여전히 쓰고 있다. 나만의 이야기를 때로는 나조차 놀랄 만큼 서툴게 쓰기도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책상 위에는 필사 노트와 원고가 함께 놓여 있다.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 옆에서 나는 다시 오늘의 문장을 적는다. 그렇게 나는 내 이야기를 만든다.
혹시 지금 글이 부족해 보여서 주저하고 있다면, '나는 아직 안 되는 것 같아'라며 펜을 내려놓으려 한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당신의 모든 시도는 의미 있다. 그 서툰 글들은 언젠가 당신만의 목소리가 된다."
누가 뭐래도, 계속 쓰시라. 종이가 아까운 게 아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오지 못하는 게 더 아깝다.
세상의 모든 서툰 문장들과, 그 문장을 끝까지 써 내려가는 당신께 진심을 담아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 만약 지금까지 살면서 적이 없었다면, 네 인생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몰리 케림
● 작은 개들이 짖을 때마다 사자가 돌아선다면, 사자는 정글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마트쇼나 드리와요
● 서두를 필요 없어요. 반짝일 필요 없어요.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