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작가가 '야생화 도감'을 읽는 특별한 이유
야생화 초보자, 글쓰기 영감을 얻다
책은 종종 내게 하나의 정원처럼 다가온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꽃이 피어나고, 이야기가 움튼다.
이번에 내 책장에 새로 자리 잡은 정원은 진선출판사의 『야생화 쉽게 찾기』다.
이 책은 단순한 야생화 도감을 넘어 나에겐 창작의 원천이자 상상력의 텃밭과도 같다. 하나하나의 꽃은 이름을 지니고 있고 그 이름 안엔 계절의 기운과 풍경의 결, 사람들의 이야기가 묻어 있다.
작은 꽃잎 하나, 색의 농담 하나에도 섬세한 감정이 스며 있다. 그것을 읽고 바라보는 시간은 곧, 내 글을 위한 사유의 시간이다.
웹소설을 쓰는 나는 자주 식물을 활용한다. 인물의 이름에 장면의 배경에 때로는 정서를 담아내는 상징 그리고 에피소드로.
나는 꽃을 단지 장식으로만 쓰지 않는다. 그 꽃이 어떤 땅에서 자라고 어떤 계절에 피고 지는지를 알게 되면 그 존재는 하나의 캐릭터가 되고 하나의 에피소드가 된다.
『야생화 쉽게 찾기』는 야생화 초보자인 나에게 이해하기 쉬운 구조와 풍부한 정보이자 동시에 창작자에게는 깊은 영감을 선물하는 책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꽃의 결, 습지에 뿌리내린 한 송이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나는 어느새 내 안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조용히 들춰보고 있다.
이 책 덕분에 나는 더 조심스럽고도 진심 어린 시선으로 글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창작은 거창한 상상력이 아니라 섬세한 관찰과 연결의 예술이라고 나는 믿는다. 자연의 미세한 떨림을 글로 옮긴다는 건 그 감각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일이다.
꽃 한 송이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고 색과 질감에서 감정을 끌어낸다. 꽃말을 인용하거나 생태적 특성을 모티프로 삼아 장면의 상징성을 더할 때 나는 자연과 대화하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지금 내 책상 위엔 여러 권의 창작 관련 서적들과 함께 이 야생화 도감이 놓여 있다.
글감을 구상할 때면 이 책을 살며시 펼친다. 꽃의 이름을 천천히 조용히 소리 내어 읽는다. 그 소리는 어쩌면 다가올 이야기의 첫 문장이나 새로운 캐릭터 혹은 에피소드가 될지도 모르니까.
오늘도 나는 책을 읽는다. 그리고 꽃을 읽는다. 그 둘 사이에서 내 글은 천천히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