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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계절에 각자의 꽃이 핀다

5-6모닝페이지:포기하지 않고 나를 사랑하는 아주 사적인 방법

by 윤채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계절이 있다




"그냥 다 때려치울까?"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야 하나 싶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그냥 조용히 사라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날은 아무도 나를 붙잡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은 밤이었다.



토머스 에디슨은 "실패한 사람의 대부분은 성공에 얼마나 가까웠는지 모른 채 포기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건 결국 성공한 사람이기에 할 수 있는 말 아닐까? 내게 위로보다 오히려 거리감으로 다가왔다. 마음엔 깊은 안개가 자욱했다.



참 이상했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살았는데도 짜증과 분노, 굴욕과 수치심이 마음을 휘저었으니까. 부정적인 감정은 불청객처럼 찾아와 어느새 주인처럼 내면에 눌러앉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내 속은 점점 공허해졌다. 익숙하다고 믿었던 어둠조차 이번엔 낯설고 깊었다.



겨우 잠이 들었고, 새벽녘엔 어김없이 눈을 떴다. 아침이 되면 나아질 줄 알았건만 오히려 더 큰 허무가 나를 덮쳤다.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래, 노력해 봤자 뭐가 달라질까."



침대에 누운 내 머릿속엔 그 말이 두둥실 부유했다. 웃긴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든 걸 내려놓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게 억울함이든 뭐든 간에.



그러다 문득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아주 작고 희미했지만, 내 안엔 아직 꺼지지 않은 불빛이 살아 있다는 신호 같았다. 아주 대단하진 않았지만 쉽게 사그라지지도 않는 그 불꽃은 내게 다시 시작하라고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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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시 해내겠다는 믿음으로 내 몸을 일으켰다. 책상 위의 만년 달력을 펼쳐 날짜를 쓰고 흐트러진 일정을 정돈했다. 예전부터 나를 살리기 위한 조용한 의식 중 하나였다.



그런 후 스마트폰을 켜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단톡방에 들어갔다. 실패했다가 다시 시작하는 사람, 무너졌다가도 루틴을 회복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하나는 '왜 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자책. 또 하나는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자책과 희망 사이에서 흔들리던 나는 아주 작고 조심스럽게 한 걸음을 내디뎌 보기로 했다.



아주 작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과거의 나였다면 그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영겁의 시간을 버티고 반복하며 지금은 쓰러진 자리에서 조금 더 빨리 일어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이 덮쳐올 때마다 이상하게도 내 안 어딘가에 남아 있는 용기는 나를 지탱해 줬다. 평소엔 미처 인식하지 못했을 뿐 회복탄력성은 조용히 움트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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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한 감정이 마법처럼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처럼 그 감정에 휩쓸려 무기력하게 며칠 내내 무너져 있진 않았다.



이렇듯 좌절은 느닷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이고, 이를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중요한 건 그 좌절 앞에서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다.



힘들 때마다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이 있다.



"각자의 계절에 각자의 꽃이 핀다."



포기하지 않고 나를 사랑한다는 건 아주 강하고 완벽한 사람이 되는 일이 아니다. 무너진 나를 이해하고 조용히 손을 다시 잡아주는 일이고, 일단은 버티면서 자연스럽게 회복하면 되는 일이다.



오늘도 조용히 내 안의 꽃봉오리를 응원한다.





5-6

실패한 사람 중 대다수는 자신이 성공에 얼마나 가까웠는지 영영 깨닫지 못한 채 포기한다. -토머스 에디슨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자기 자신에게 속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 -미셸 드 몽테뉴

● 가물 때에는 눈물을 흘리고 냉해 든 여름에는 허둥지둥 걸으며 모두에게 얼간이라고 불리고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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