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모닝페이지:글이 안 써질 땐 역시 케이크
웹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참 신기한 일을 겪었다. 누군가 내가 글을 쓰는 것 자체를 불편해했다.
세상엔 글 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은데 왜 굳이 나일까.
그런 의문과 그래도 이 길이 내 길이라는 확신 사이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이 흔들렸다. 마치 구름다리 위를 걷듯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돌아보면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도, 브런치에 글을 내보낼 때도. 처음엔 조심스레 조언을 건네는 척하다가 어느 순간 비수처럼 날카로운 말을 던지는 사람들. 내 글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이게 글이야?" 하며 혀를 차는 사람들.
공통점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 중에 진심으로 글을 사랑하는 이는 드물었다. 어쩌면 <아티스트 웨이>에서 말하듯 창조성이 막힌 사람들의 전형인지도 모른다.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이어도 참 다르다. 함께 성장하자며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댓글 하나로 기를 꺾으려는 사람도 있다.
살면서 좋은 기억만 간직하며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생이란 게 어디 그렇게 쉽고 만만한가. 때론 말 한마디, 스친 표정 하나가 바늘처럼 가슴에 박힌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모니터 앞에서도 먼지처럼 작아진다.
그럴 땐 <아티스트 웨이>에서 읽은 문장이 떠오른다.
"어떤 나쁜 자식이 당신을 좌절시키게 놔두지 말라."
그래, 정말 그래선 안 된다.
우울한 말들이 머릿속을 부유할 때, 조용히 집 밖으로 나선다. 햇빛을 쐬고 바람을 맞으며 동네를 걷는다. 마음이 끌리는 카페에 들어가 케이크 한 조각을 산다. 가장 마음에 드는 케이크를 사서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다시 모니터 앞에 앉는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한 입. 그걸 입 안에서 천천히 녹이며 타이머를 1시간으로 맞춘다. 그리고 어떤 글이든 쓴다.
웹소설이든 브런치 글이든, 인스타나 스레드 글이든. 진심 반, 장난 반. 설렁설렁. 이건 나를 다독이는 방식 중 하나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내가 나를 쓰다듬어야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으니까.
토니 개스킨스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이 당신을 미워하는 이유는 세 가지다. 자기 인생이 마음에 안 들어서, 당신처럼 되고 싶어서, 그리고 당신이 무서워서."
생각해 보면 참 맞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말속에서 나를 꼭 붙든다. 케이크 한 조각의 위로를 받으며 키보드를 토닥토닥 두드린다.
누군가는 또 나나 내 글을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 어떤가. 어떤 나쁜 자식이 나를 좌절시키게 놔둘 생각이 없는데.
버틴다는 건 결코 작고 가벼운 일이 아니다. 버티는 사람만이 살아남고, 살아남은 사람이 결국 쓴다.
힘들어도 일단은 써본다. 달콤한 한 조각의 케이크와 함께.
그리고 그렇게 한 줄씩 써 내려간 마음들이 어느 날, 누군가의 어깨를 조용히 토닥여주기를 바란다.
나처럼 혼자 작아졌던 누군가에게 "괜찮아, 너도 잘하고 있어."라는 작은 반짝임이 되어주기를 바라며.
● 사람을 대할 때는 불을 대하듯 하라. 다가갈 때는 타지 않을 정도로, 멀어질 때는 멀지 않을 만큼만. -디오게네스
● 사람들이 당신을 미워하는 이유는 세 가지 중 하나다. 첫째, 자신들이 삶이 마음에 안 들어서. 둘째, 당신처럼 되고 싶어서. 셋째, 당신을 무서워해서. -토니 개스킨스
● 세상에는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경쟁자를 만났을 때, 상대방의 장점을 모두 외면하고 단점만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가슴이 저리도록 아픈대도 경쟁자에게 승리를 안겨준 장점들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좋은 점만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레빈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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