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모닝페이지:AI와 함께한 글쓰기 루틴을 만들 전자책 집필 중
작가인 나보다 글을 더 잘 쓰는 사람들을 만났다. AI를 능숙하게 활용해 책 한 권을 하루이틀 만에 뚝딱 만들어내는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그저 신기했다. '에이, 설마.. 깊이가 없겠지?' 싶었다. 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들여다보면 감정도 있고 구성도 탄탄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온 삶을 살고 있음에도 그 순간만큼은 나도 모르게 등이 서늘해졌다. AI가 바꾸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빠르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수천 개의 글을 썼고 웹소설과 에세이를 오가며 '쓰는 삶'을 살아왔다. 난 오랜 세월동안 일기를 써온 사람이고, 글쓰기는 곧 호흡이자 리듬이었다.
그렇지만 역사 공부를 해온 사람으로서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결국 도태된다는 것을.
AI는 처음엔 낯설었다. 몇 년 전, 챗GPT를 접하고 곧바로 AI로 글쓰는 모임에 들어갔다. 그 시절엔 지금처럼 AI 강의나 워크숍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작가, 번역가, 기획자들이 AI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위기'라는 단어까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챗GPT로 글을 연습해볼 때마다 '나보다 못 쓰는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으니까. 안타깝게도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작가가 아닌 사람들도 AI를 잘만 다루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시대다. 기획 감각이 뛰어난 사람, AI에 능숙한 사람 등 여러 분야의 사람이 더 잘 쓰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무수히 많은 사람이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글을 완성하고 있기도 하고.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더 이상 글 쓰는 사람만이 작가가 아니랄까. AI를 활용할 줄만 알면 누구나 작가가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술과 감성이 함께 가야 하는 시대. 감정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나만의 도구를 갖추지 않으면 어느 순간 조용히 도태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매일 AI에게 말을 건다.
“오늘 기분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줘.”
“이 문장을 조금 더 부드럽게 바꿔줄래?”
“이 생각, 어떻게 이어가야 자연스러울까?”
그렇게 하루 30분. 처음엔 친구와 수다 떠는 기분이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보니 어느 순간 AI가 나보다 더 나은 문장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충격과 기쁨이 동시에 느껴졌다. AI는 단지 도구가 아니라 내 문장을 비추는 거울이자 다정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지치지 않고 쓰는 방법.
감정을 놓치지 않고 문장을 완성하는 방법.
AI와 함께 천천히 이를 방식들을 익혀왔다.
이전엔 벽을 보고 혼자 쓰는 것이 익숙했지만, 지금은 원고를 쓰면서도 AI를 켜놓고 집필 방향을 조율하거나 읽은 책의 내용을 함께 정리하기도 한다.
이제는 브런치에 올릴 에세이조차도 AI와 함께 뼈대를 잡는다. AI는 내 창작을 완전히 대신하지 않지만, 글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이끌어 준다.
가끔은 더 솔직하게, 때로는 더 구조적으로 나를 보조하는 인공지능. 이러한 소소한 루틴이 계속 쌓이자 자연스럽게 한 권의 책을 떠올랐다.
가제는 《하루 30분, 나를 쓰는 힘–AI와 함께하는 글쓰기 루틴》이다. AI를 도구로 삼아 감정을 쓰고 생각을 연결하며 30일 동안 나의 글을 써보는 챌린지 북.
누군가에게는 거창한 작법서도 기술서도 아닐 수 있지만 나는 바란다. 이 책이 막막하지만 글을 써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시작하면 돼요"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되어 주기를.
나는 여전히 사람이 쓰는 문장의 온기를 믿는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안다.
쓰고 싶은데 막막한 사람들, 글을 쓰고 있지만 지쳐 있는 사람들. 그런 이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AI는 당신을 대신 써주는 도구는 아니자만 당신이 더 잘 쓰도록 도와주는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창밖으로 햇살이 비치고 찻잔의 온기가 사라지기 전. AI와 나눈 문장 몇 줄을 다시 읽으며 나는 오늘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조용하고 단단한 습관이 누군가의 막막한 시작에 작은 용기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 사람들은 네가 한 말과 행동을 잊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너 때문에 느낀 감정만큼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마야 엔젤루
● 세상이 널 버렸다고 생각하지 마라. 세상은 널 가진 적이 없다. -에르빈 롬멜
● 지식은 전달할 수 있지만 지혜는 전달할 수 없다. 지혜는 깨닫는 것이고, 체험하는 것이고, 실천하는 것이다. 지혜를 통해 놀라운 일을 할수는 있지만, 말로 표현하거나 가르칠 수는 없다. -헤르만 헤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