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되기 싫다면 다르게 생각하라(2)
상상력은 예술가의 재능이기 이전에, 일상의 감각을 전환하는 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력을 '영감'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만 여기지만, 실은 반복적인 사고 훈련이 상상력의 토양이 된다.
인지심리학에서도 창의력은 타고나는 자질이 아니라, 반복적인 연결 실험과 질문을 통해 키워지는 능력이라 본다. 뇌과학적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는 갑작스러운 번뜩임보다는, 기존의 기억과 정보 간 연결을 확장할 때 탄생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세 가지 연습은 일상 속에서 상상력을 단단하게 길러주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일상의 풍경이나 뉴스 기사, 지인의 말 한마디에 질문을 던져보자. 단, 질문의 방향을 바꾸는 게 핵심이다. "왜 그랬을까?"는 사실의 재구성이지만, "만약~라면?"은 허구의 문을 연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평범한 장면을 보고 “만약 이 커피가 죽은 연인의 마지막 선물이라면?”, “이 공간 전체가 가상현실이라면?”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이런 질문은 단순한 상상력을 넘어, 낯익은 장면에 새로운 층위를 부여한다. ‘현실’에 질문을 던지는 순간, 이야기가 시작된다. 상상은 '기준을 바꾸는 사고 실험'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예시 1>
기존 문장: 지하철 안에서 음악을 듣는다.
변형 질문: 만약 내가 듣고 있는 이 음악이 누군가의 기억을 훔쳐오는 장치라면?
적용 문장: 이어폰을 꽂는 순간, 낯선 장면이 떠올랐다. 나는 저 여자의 첫사랑을 훔친 걸까? 음악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타인의 기억을 재생하고 있었다.
<예시 2>
기존 문장: 퇴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넌다.
변형 질문: 만약 이 횡단보도가 평행세계로 향하는 문이라면?
적용 문장: 초록 불이 켜지는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불안에 휩싸였다. 매일 건너던 길인데, 오늘은 어디선가 나를 다른 내가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창작은 '관계 짓기'의 기술이다. 연결되지 않은 두 개념을 억지로라도 연결해 보는 연습은 창의적 사고를 활성화시킨다. 이를 '비유적 사고' 또는 '개념 간 도약'이라고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여름'과 '통장 잔고'라는 단어를 연결해 보자. '여름 태양처럼 들뜨는 지출, 가을바람처럼 스산한 잔고' 같은 표현이 탄생할 수 있다.
매일 단어 두 개 이상을 랜덤으로 뽑아보고, 그 사이의 상상적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연습을 해보자. 이때 말도 안 되는 연결일수록 더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예시 1>
단어 조합: 책상 + 계절
적용 문장: 내 책상 위에는 계절이 산다. 봄에는 다이어리 속 일정이 벚꽃처럼 흩날리고, 여름이면 아이스커피 얼음이 흐린 문장을 녹여내고, 가을엔 노란 포스트잇이 나뭇잎처럼 떨어진다.
<예시 2>
단어 조합: 카드 영수증 + 사랑 + 이별
적용 문장: 지갑엔 카드 영수증만 남았지만, 그녀와 함께 웃었던 순간들은 숫자로 계산되지 않았다. 이별은 언제나 끔찍한 후불결제처럼, 나중에서야 마음을 갚게 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잠깐 멈춰라. 그리고 자문해 보자.
"이건 너무 흔한 생각이 아닌가?"
"내가 아는 것만으로 판단한 건 아닐까?"
이 연습은 단순히 의심하고 멈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초안에서 A가 떠올랐다면, 그다음 단계로 B, C, 심지어 Z까지도 떠올려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강'이라는 단어에서 대부분은 '물', '자연' 등을 떠올리지만, 그 대신 '엄마', '기억의 흐름', 혹은 '마음속을 흐르는 감정의 강' 같은 전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떠올려보자.
<예시 1>
단어: 창문
흔한 반응(A): 햇살, 통풍, 바깥 풍경
의심과 재해석(B~Z): 그녀는 매일 아침 창문을 열어 죽은 남편과 인사를 나눴다. 그 창은 기억이 머무는 액자였다. → 창문 = 환기구에서 창문 = 기억의 통로, 애도의 의식으로 전환
<예시 2>
단어: 식탁
흔한 반응(A): 가족, 식사, 소통
의심과 재해석(B~Z): 식탁 위엔 여전히 둘이 쓰던 머그잔이 놓여 있다. 이곳은 음식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침묵을 나누는 유일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 식탁 = 따뜻한 대화의 장소에서 식탁 = 부재를 체감하는 상징 공간으로 전환
이처럼 익숙한 반응을 의심하고 새로운 연결을 시도하는 순간, 사고는 틀을 벗어나고 상상력은 비로소 확장된다.
상상력은 타고나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의 질문과 연결, 그리고 의심과 비틀어보기라는 사소한 습관에서 비롯된다.
창작자로 도태되기 싫다면, 이 훈련을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