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지적은 걸러내는 창작자의 태도에 관하여
피드백은 여전히 나에게도 스트레스다. 때로는 의도가 왜곡된 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해석되거나, 말도 안 되는 지적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어떤 피드백은 감정적으로 날카롭고, 어떤 피드백은 아예 맥락을 무시한 채 내 글을 정면으로 부정해버리기도 한다. 그럴 땐 마치 내가 틀린 글을 쓰는 사람처럼 느껴져 위축되고, 당장 글을 지우고 싶어진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드백은 때로 내 글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중요한 힌트라는 걸. 그래서 나는 모든 피드백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것을 내게 도움 되는 방식으로 해석하려 노력한다.
피드백은 받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것이다. 특히 글쓰기 초보자일수록 '피드백은 곧 수정 지점'이라고 믿기 쉽다. 누군가 "여기 이상해요"라고 하면, 그냥 지워버리거나 급하게 고쳐버린다. 그렇게 고치고 또 고쳐도 글이 더 좋아지지 않는 이유는, 그 말이 '무엇을' 지적한 건지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드백을 '받는다'는 건 타인의 평가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반면 '해석한다'는 건 그 평가의 이면을 살피고, 내 글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하는 주체적인 태도다.
예를 들어 자신이 쓴 문장에 대해 "지루하다"는 피드백이 들어왔다면, "그래, 삭제하자"가 아니라 "어느 부분이 지루했을까?", "서술이 반복됐을까?", "감정의 흐름이 막혔을까?"라는 식으로 질문을 확장해 봐야 한다. 이렇게 질문을 통해 지적의 본질에 접근하면, 비로소 피드백은 창작의 연료가 된다. (실제로 지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피드백의 감정적 겉면보다 구조를 보는 것이다. "이건 별로예요"라는 말은 기분 나쁘지만, 그 안에 담긴 '이유'를 찾는다면 오히려 고마운 조언일 수 있다. 나는 피드백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묻는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어디서 그 사람은 멈췄을까?"
"그 장면을 이해하지 못한 건 내 설명 부족이었을까?"
이런 질문은 나를 지키면서도 글을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물론, 감정이 앞서는 순간도 있다.
"내가 이 장면 쓰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라는 생각이 들 때는, 글을 한두 시간 그냥 놔둔다. (혹은 하루 이상 둬도 괜찮다.)
그런 다음 피드백을 글처럼 읽는다. 문장으로 쪼개고, 그 구조를 본다. 그렇게 거리를 두고 보면 "이건 고칠 필요가 있다" 혹은 그 반대의 판단이 더 명확해진다.
가장 중요한 건, 모든 피드백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특히 모호한 표현이나 감정적인 평가, 장르 취향에 근거한 일방적 거부는 걸러내야 한다. 반면 구체적이고 맥락에 기반한 피드백은 귀하게 여겨야 한다.
창작자에게 피드백은 선택의 문제다. 어떤 말은 흘려듣고, 어떤 말은 반영하며, 무엇보다 '내가 지키고 싶은 문장의 의도'를 중심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내 글에 '나'가 남는다.
피드백이 상처처럼 느껴질 때는, 아직 그것을 받아들이기만 하고 해석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피드백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이 장면을 좀 더 발전하려면 어떤 식으로 쓰면 좋을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잘 전달됐을까?"
그 질문에 다시 답하며 고쳐나가는 과정이 곧 창작의 반복이며 성장이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