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어요."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들에게서 종종 들리는 말이다. 단순히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을 넘어서,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진지하게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작가'라는 이름을 조심스럽게 품어보는 열망이 그 안에 함께 담겨 있다.
나 역시 그랬다. 브런치를 처음 접했을 때, 그 공간은 다른 플랫폼과는 다른 공기를 가지고 있었다. 정돈된 인터페이스와 절제된 분위기, 무엇보다 '브런치 작가'라는 호칭은 왠지 모르게 내 안의 창작자를 조용히 불러내는 느낌이었다.
나는 두 차례 작가 신청을 했고, 운이 좋게도 모두 승인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무심하게 지나간 것은 아니었다. 승인을 기다리던 며칠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만약 떨어지면 어쩌지?'
그 불안은 단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혹시 내가 쓴 글이, 내가 믿는 이 진심이, 세상에 통하지 않는 건 아닐까 그 막연한 물음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 감정은 승인이라는 외부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보다 사실은 '내 글을 정말 꺼내도 괜찮은가'를 고민하던 내면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말은, 어쩌면 "내 이야기를, 이 마음을, 감히 꺼내도 되느냐"는 질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질문은 창작자에게 언제나 같은 자리에 존재한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나를 보여주고 나를 책임지는 일이다. 브런치는 그 책임감을 조용히 일깨워주는 공간이었다.
플랫폼으로서 브런치가 지닌 특성은 그런 창작자의 내면과 잘 맞닿아 있다. 작가 신청이라는 진입 장벽은 때로는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창작자에게는 그것이 오히려 중요한 심리적 환기다.
아무 곳에나 내 이야기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 누군가가 그것을 신중하게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도 괜찮습니다."라는 조용한 동의를 바라는 마음이 그 안에 있다. 브런치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선택받고 싶은 마음'보다는 오히려 '제대로 쓰고 싶은 다짐'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 플랫폼은 텍스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광고도 없고, 검색 유입을 위한 장치도 많지 않다. 글이 자극적으로 소비되지 않고, 조용히 오래 읽히는 구조. 나는 그런 구조가 내 글을 더 진지하게 다루게 만든다고 느낀다.
조회수보다 진심이, 속도보다 여운이 중요하다는 분위기 속에서 글쓰기는 다시 삶의 행위로 돌아온다. 브런치의 생태는 글을 콘텐츠가 아닌 관계로 소통이 아닌 이해로 이끈다. 그건 내게 무척 중요한 태도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런치는 단지 글을 올리는 공간이 아니라 글을 쌓아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는 구조다. 글 카드, 목차, 표지 디자인까지 모든 요소가 내가 누구인지, 어떤 세계를 말하고자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준다.
나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일을 통해, "나는 이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입니다"라는 내 안의 문장을 조금씩 구체화해 갔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자아를 시적으로 브랜딩 하는 경험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브런치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말은 단지 플랫폼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내 이야기를 진심을 다해 꺼내고 싶다는 고백이며, 그 이야기를 누군가가 진지하게 읽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브런치는 그런 마음을 가장 예쁘고 진지한 방식으로 받아주는 드문 무대다.
●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 영원히 살 것처럼 배워라. -마하트마 간디
● 인생의 유일한 장애는 불량한 태도다. -스콧 해밀턴
● 내가 다시 궁전으로 돌아가게 되면, 언제나 어린아이들을 존중할 거야. -왕자와 거지, 마크 트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