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가 끝난 후, 마음에 남은 것들

브런치 작가 되는 법 특강을 마치고

by 윤채



쓰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빛나요




브런치 작가 되기 특강을 준비하다 강의안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전부 지웠다. 한참을 붙잡고 있었지만, 도저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상에 아무리 완벽한 게 없다지만, 그래도 공들인 걸 다 지우고 새로 만들려니 무력감이 몰려왔다.



머리를 식힐 겸 브런치에 들어갔다. 수많은 에세이들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생생한 글들이 가득했다.



아이를 재운 밤에 쓴 글, 새벽 다섯 시 첫 커피와 함께 적은 문장, 퇴사 직전의 불안을 담은 이야기, 갱년기의 혼란 속에서 건져낸 진심 등. 어느 하나 놓칠 것 없는 생생한 이야기들이었다.



완벽한 글이라서 감탄했기보다는, 글을 남기는 사람들마다 진심으로 고유한 삶을 써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페이지마다 글을 계속 쓰고 싶다는 마음이 주는 울림을 느꼈다.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그 당연한 사실이 새삼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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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되는 법'이라는 이름의 강의를 준비하면서 내가 정말 전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였는지도 모르겠다.



'쓰는 삶은 특별해요. 쓰고 싶다는 마음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충분히 빛나요.'



물론, 그 말이 강의 중엔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주말 저녁이란 귀한 시간을 내주신 분들을 위해 실용적인 이야기들을 전했으니까.



브런치 신청서 작성법, 글감 찾는 법, 감성 이미지를 만드는 팁 등. 당연히 그런 이야기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쩌면 더 중요한 것은 글을 쓰고 싶다는 그 마음을 끝까지 안아주는 일이 아닐까.



강의도 참 재밌만, 이런 부분을 더 이야기할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화려한 기술보다 온전한 마음에서 시작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강을 마치고 침대에 뻗은 채, 작은 다짐을 하나 했다. 이번에 보낸 시간을 단지 '강의안을 준비하고, 강의를 했다'라는 한 줄로 남기진 말자고.



삶의 조각 하나를 글로 꺼내려는 이들과 나란히 숨을 고르던 그런 귀한 시간이어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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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그런 순간을 함께하고 싶다. 100세가 되어서도 따뜻한 차를 앞에 두고 "요즘은 어떤 글을 재밌게 쓰고 있으세요?"라고 묻고 싶다.



잘 쓰는 사람으로 살기보다 끝까지 재밌게 즐겁게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의 설렘을 잊지 않는다면, 나는 그때도 분명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겠지.





● 권력자는 말을 줄임으로써 상대방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위압감을 준다. -로버트 그린

자기 삶이 아닌데, 자기 안에 가짜 장미만 있는데 어찌 허무하지 않을까. -김영권, 삶에게 묻지 말고 삶의 물음에 답하라.

●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과 공간이 있어야 비로소 고요히 생각할 마음이 주어진다. -문성림, 컨셔스

● 그러나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면, 그녀는 그날 그 기회가 오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귀스타브 플로베르, 보바리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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