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마, 괜찮아지고 있는 중이니까

한 줄 글쓰기 소모임, '나의 여름'을 주제로 쓴 에세이

by 윤채




무너지던 봄을 지나

조금씩 괜찮아지는 계절이 오고 있다




이상하게도 올해 봄바람은 유독 차갑게 느껴졌다. 햇살은 분명 따뜻했지만 마음 한쪽은 아직 겨울이었다. 나를 감싸고 있던 것들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고 사람들의 말도 유난히 날카롭게 들렸다.



벚꽃이 피고 지는 걸 보면서도 설렘보다 망설임이 앞섰고 꽃비 속을 걸어도 마음 한구석은 늘 시든 꽃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 계절을 지나오는 동안 아주 조용히 부서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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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다시 피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마음이 조금씩 갈라진 틈 사이로 초록빛 기운이 번졌다. 마치 무너진 자리마다 싹이 트듯 나도 다시 살아보고 싶어졌다.



돌아보면 여름은 내게 늘 짙은 초록빛의 냄새로 다가온 계절이었다. 숲길을 걷다 보면 바람은 커다란 나무를 흔들며 여름의 숨결을 들려주고, 햇살은 나뭇잎 틈마다 조용히 그림자를 새겼다.



그 풍경들을 떠올릴 때면 마음이 살며시 설레곤 한다. 그래, 이만하면 무언가를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 것만 같다.



올여름 소망 중 하나는 어여쁜 조카와 손을 잡고, 빵이 맛있고 풍경도 예쁜 카페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소란한 계절 안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함께 웃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조카의 맑은 눈과 작은 손, 옅게 웃는 얼굴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부드럽게 풀리는 느낌이 든다. 그런 평범한 하루가 너무나도 특별한 선물처럼 느껴질 것 같다.



물론 여름은 때로 후덥지근하고 쉽게 지치게 만들고 도망치고 싶은 감정들을 데리고 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까지도 결국은 나의 여름이다.



그렇게 더운 바람도 그늘진 마음도 모두 껴안아보고 싶다. 이번 여름은 나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안아주는 계절이었으면 좋겠기에.



올해의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내 마음 안에서 더 오래도록 빛나면 좋겠다.



이번에는 여름에 마주하게 될 빛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보고 싶다. 잊히지 않는 순간들이 쌓여 소중한 추억이 되어 나를 오래도록 비추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이번 여름은,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는 나'를 조용히 응원하는 계절이 되기를. 아직 완전히 괜찮지는 않지만 분명 조금씩 피어나고 있으니까.





● 명심하라. 많은 사람들이 간 길이라고 해도 그 길은 결코 최고의 길이 아니다. -사라 밴 드레스낙, 혼자 사는 즐거움

● 남을 우선순위로 두고 자신은 꼴찌로 챙기는 중일 수도 있다. 다음에 또다시 당신의 행복을 포기하고, "아니, 먼저 하세요. 제가 양보할게요."라고 말하게 될 때는 잠시 멈춰라. -샘 혼,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 나아가 국가를 지키기 위해 그런 악덕들이 필요하다면, 악덕을 행함으로써 불명예스러워진다 해도 개의치 말아야 합니다. 잘 생각해 보면, 미덕처럼 보이는 어떤 것들도 그것을 따를 경우 파멸에 이르게 되고, 악덕으로 보이는 것들은 그것을 따를 경우 더 큰 안전과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군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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