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 실용주의 독서단인 창작자의 고백
극 실용주의 독서단
민음사의 독서 성향 테스트에서 '극 실용주의 독서단'이라는 결과를 받았을 때,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정말 그런가? 나는 소설도 좋아하고, 예쁜 문장에 마음이 끌려 책을 고르는 사람인데.
당장 써먹을 수 없어도 문장 하나에 오래 머무는 걸 좋아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돌아보면, 몇 번씩 실용주의 독서에 빠져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방향이 막막할 때, 마음이 흐트러질 때, 무언가 새롭게 나아가고 싶을 때. 그럴 땐 늘 책을 도구처럼 꺼내 들었다. 감상보다 정리가 필요하고, 공감보다 관점의 전환 절실한 순간이기도 했다.
요즘 다시 그런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책을 고르기 전에 먼저 현재의 나를 돌아본다. 지금 나를 붙잡고 있는 감정은 무엇인지, 풀지 못한 질문은 어떤 것인지 등을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가장 필요한 책에 손이 가게 된다.
요즘은 요점이 뚜렷한 책, 구조가 명확한 책에 눈이 간다. 밑줄을 그으며 읽으며, 그 문장이 내 삶과 어디에서 맞닿는지를 먼저 생각한다. 독서 목록을 정리하고, 필요한 책을 전략적으로 고르는 습관을 유지하며, 챗GPT에게 책을 추천받기도 한다.
얼마 전까지는 문장에 감탄하는 일이 즐거웠다면, 요즘엔 그 문장을 어떻게 내 삶에 연결할지를 고민하는 게 더 재미있다.
실용주의 독서는 감정 없는 독서가 아니다. 오히려 삶과 가까운 거리에서 책을 마주하는 태도다.
예전에 독서지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더 많이 읽고 싶어서가 아니라, 더 정확하게 읽고, 내 삶과 더 잘 연결하고 싶어서였다. 책을 통해 나를 이끌고, 타인을 돕기 위해 내가 먼저 그런 독서자가 되고 싶었다.
언젠가 독서모임을 만든다면, 가볍게 읽고 흩어지는 모임보다 하나라도 삶에 남길 수 있는 모임을 만들고 싶다. 책을 나누되, 문장 하나쯤은 각자의 삶에 오래 남겨두는 그런 모임.
독서는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떤 시기에는 감탄을 위한 독서를 하고, 또 어떤 시기에는 방향을 위한 독서를 한다. 나에게 실용주의 독서는 한 가지 정체성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독서의 한 방식이다.
요즘의 나는 다시 그 흐름 안에 있다. 읽고만 두지 않고, 삶을 위해 써먹고 싶은 문장을 찾는다. 읽은 문장이 내 삶과 맞닿을 때,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1. 읽고 나면 하나쯤은 남아야지! 당장의 삶과 연결되는 지식을 선호하는 독서가.
2. 실생활에 도움 되는 내용, 요점이 잘 정리된 책에 마음이 가는 편.
3. 구조화된 글이나 설명에 익숙하고, 꼭 읽고 싶은 책을 목록으로 정리해두기도 함.
4. 현재 관심사나 상황에 대한 내용을 빠르게 골라내는 편이며, 읽으면서 요점을 추려보고 일상에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 자주 생각함.
5. 책을 통해 새로운 관점이나 방향을 발견하려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남.
(출처 : 민음사, 상상독서단)
● 삶은 혹독하고 고달프기 때문에, 공상을 지어내거나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람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모두가 그에게 몰려든다. 대중의 환상을 활용할 수 있다면 어마어마한 권력을 얻을 것이다. -로버트 그린
● 네가 날 길들인다면 내 삶이 태양이 비치듯 환해질 거야. 다른 발소리들과 구별되는 한 가지 발소리를 알게 되는 거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