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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날의 동경이 현실이 되었을 때

이야기를 읽던 아이, 이야기를 펼치는 어른이 되다

by 윤채

어릴 적 나는 이야기 속에서 살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으며 현실보다 더 선명한 상상의 나라를 그렸고, <키다리 아저씨> 속 주디처럼 먼 곳의 누군가와 편지를 주고받는 삶을 꿈꿨다.



언어도 다르고, 배경도 낯설었지만 이상하게 그 세계가 좋았다. 그 시절의 나는 단지 이야기를 읽는 아이였고, 그 동경은 언제나 먼 풍경처럼 느껴졌다.



며칠 전, 내 웹소설이 해외 출간 제안을 받았다. 이렇게 좋은 소식은 늘 얼떨떨함과 기쁨, 그리고 감사 사이를 걷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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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내게 다시는 글 쓰지 못하게 하겠다며 협박하던 사람도 있었고, 내 글이 구리다며 무시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에게 성과를 증명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마음 어딘가가 조용히 일렁인다.



동경이 현실이 되기까지, 오래 걸렸다면 오래 걸린 여정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여정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사실이다. 쓰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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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써 내려간 문장들이 이제는 누군가의 언어로 번역되고, 국경을 넘어간다는 것. 그건 말보다 더 감사한 위로와 기쁨으로 다가온다.



창작은 늘 고요한 시간이고 그 고요함이 꾸준히 이어질 때 비로소 어딘가에 닿을 수 있는 순간은 찾아온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이들에게 이 소식이 작은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쓰는 문장이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도착하리라는 믿음. 그 믿음만으로도, 오늘의 글쓰기는 충분히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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