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게 아니야, 당신은 상처받은 거야

무례한 사람에게 지친 우리에게 보내는 위로 편지

by 윤채


당신은 예민한 게 아니다. 상처받은 거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오래간다. 특히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아니라, 기대했던 사람에게서 받은 실망은 더 깊이 남는다.



예전에 한 출판사의 일을 무료로 도운 적이 있다. 무보수라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었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애정과 노력이 필요한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꽤 오랫동안 여러 출판사와 작가의 책을 읽고 시간과 마음을 들여 무료로 서평을 써왔다.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글과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깃든 활동이었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20일 오후 08_02_54.png Copyright 2025. 윤채. All rights reserved



문제는 A출판사에서 벌어졌다. 그곳에서 신간이 출간되었을 때, 평소처럼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정중하게 감사 인사를 전하던 담당자는 내게만 건성인 대답만 남겼다.



카카오톡 메시지로 분명히 대화를 나눴지만,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끝내 듣지 못했다. 처음엔 내가 잘못 본 줄 알았지만, 다시 봐도 나만 빠져 있었다.



그제야 알았다.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선택적인 무시였다.



‘왜 나만 인사를 받지 못한 걸까?’

‘혹시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머릿속에 계속 의문이 맴돌았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뒤, 나에 대한 험담을 다른 사람에게 했다는 소문까지 들었다. 그 순간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진심을 다해 기여한 일이, 우습게 소비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자신을 의심하게 된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그냥 넘겼어야 했던 건 아닐까?’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회적 거절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상대가 명확한 이유 없이 무례하거나 차별적인 태도를 보일 때, 인간의 뇌는 그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 탓’으로 돌리려 한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이런 식의 자기 비난은 거절이나 갈등 상황에서 자주 나타나는 심리적 방어기제다. 그래서 상처를 준 사람이 따로 있음에도, 이상하게도 피해자인 내가 먼저 자신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감정을 억누르고, 예민하게 굴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예민함이 아니라, 명백한 상처였다는 걸.



돈을 바란 것도 아니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바랐을 뿐이다. 그런데도 상대는 내 마음을 무시했고, 고마움을 가장 먼저 지워버렸다.



내가 쓴 글을 통해 홍보는 했을지언정, 나라는 사람은 ‘쉽게 부릴 수 있는 자원’ 정도로 취급한 것이다. 무상으로 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대해도 된다고 여기는 태도. 그건 겉으로는 부드러워 보여도 본질적으로 폭력이다.



사람 사이의 기본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일이다. 그 인정이 빠진 말투, 반응, 태도는 아무리 정중한 언어로 포장해도 결국은 존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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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글을 좋아하지만, 그 일을 오래 하기 위해 이제는 나를 지키는 선택을 한다. 감사를 모르는 사람과는 거리를 두고, 나의 시간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기. 그것이 내가 내 애정을 지키는 방식이다.



그러니, 당신도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무례한 사람의 말에 상처받은 날들, 그때의 당신은 예민한 게 아니었다.



그건 분명히 상처였다.



기대를 걸었던 만큼, 예의를 바랐던 만큼 아팠던 것이다.



상대의 말 없는 무시에, 당신의 진심이 지워진 듯한 감각. 그것은 민감함이 아니라 사람답게 대우받고 싶었던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니 그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너무 예민하게 굴지 말라는 말로 무시하지 말자.



그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들여다보는 용기, 그게 바로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는 첫걸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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