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배로 살기 싫다

먼저 기싸움 거는 사람을 위해 대인배로 살아야 할 이유를 생각해 보다

by 윤채

낯선 사람과 첫 만남을 갖는 일은 늘 어렵다. 특히 앞으로 여러 번 부딪칠 인연이라면 더 조심스러워진다.



그날도 그랬다. 그리고 그날은 평소처럼 좋아하는 가방을 들고나갔다. 누가 보기엔 평범했겠지만 내겐 소중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그저 밥 한 끼 나누는 자리에서 묘한 기류가 흘렀다. 말은 상냥한데 그 상냥함 속에 아주 얕은 평가의 눈빛이 섞여 있었다. 그리고 내 가방을 콕 집어 은근히 기분 나쁜 말을 건넸다.



'기분 탓이겠지.'



처음엔 넘기려 했다. 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만남에서도 같은 신호가 이어졌다. 그쯤 되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태도, 말끝마다 숨겨둔 기싸움을.



Golgotha (1900)_Edvard Munch (Norwegian, 1863 - 1944)



이런 상황에서 종종 듣는 말이 있다.



"그럴수록 네가 대인배처럼 행동해야지. 똑같은 사람이 될 필요 없잖아."



하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대인배가 되어야 할까? 나를 가볍게 대하고 가치를 시험하듯 굴고 조용히 상처를 남기는 사람을 위해 대인배가 되면 행복할까?



누군가의 소지품을 깎아내리거나 말투로 우위를 확인하려는 태도에 굳이 미소로 맞설 필요는 없다.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면서까지 남에게 '대인배'로 보이고 싶은 마음이 필요하다면 가져도 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상처 주려는 무례를 모른 척 넘기지 않아도 괜찮다.



기싸움을 거는 사람이 문제다.



사람답게 대접받고 싶다면 먼저 사람답게 행동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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