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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책에 빠진 어른, 그리고 다섯 권의 기부

읽은 후 나눔은 거창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by 윤채

성인이 되었지만 요즘 가장 즐겁게 읽는 책은 의외로 청소년&어린이 도서다.



청소년&어린이 도서는 바쁜 하루 속에서도 부담 없이 읽힌다. 교양의 핵심을 가볍게 짚어 주며, 무엇보다 마음을 단단하게 해 준다. 짧은 문장과 친근한 주제로 이루어진 책을 읽다 보면 잃었던 독서 루틴이 자연스럽게 돌아오고, 지친 마음도 조금씩 회복된다.



독서라는 건 거창하고 어려운 걸 읽는 게 아닌 내게 필요한 여정을 쌓아가는 과정이기에 생각보다 청소년과 어린이 도서들이 충만한 만족감을 줄 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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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읽은 책 가운데 다섯 권을 이번에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했다. 예전에도 몇 권의 책을 조심스레 꺼내 아이들에게 건넨 적이 있다. 책장에서 내 손길을 떠나 다른 누군가의 손길로 옮겨지는 순간, 묘한 울림이 찾아온다.



책을 준 건 나인데, 오히려 내가 위로받는 기분마저 들 때도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책 한 권이 아이들의 일상에 작은 쉼표가 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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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누는 일은 화려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읽은 기쁨이 나 하나에게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누군가의 삶으로 이어질 때 내가 가진 작은 기쁨은 배가된다. 그래서인지 책을 나누는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고, 은근한 중독처럼 다시 하고 싶어진다.



책을 기부한다는 건 내 삶을 조금 더 크게 확장하는 일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책이 누군가의 하루를 밝혀 주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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