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라면, 글을 써야만 한다

글을 써라, 다만 책은 쓰레기가 아닌지 고민하고 써라

by 김정은

-나는 지적인 사람이라고!



나는 책을 쓰겠다는 데에는 부정적이지만, 글을 써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 없이 두 손 들고 찬성한다. 책을 써 내는 데에는 더 큰 훈련, 더 바람직한 목적이 필요하다. 그러나 글을 쓰는 것은 내게 주어진 다중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데 필수적인 기본 조건에 해당한다. 그러니 이 둘을 구분할 필요가 있겠다. 다만 사람들은 이 둘의 경계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할 것을 안 하려 하고 하지 않아도 될 것에, 굳이 안 해도 될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다.




인간의 생각과 글쓰기는 형식적으로 같은 행위일 뿐만 아니라 지능이나 감정, 관계와 교감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생각하는 동물!


흔히 하는 착각 중에 으뜸은 아마도 자신이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굳게 믿는 점일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 보통의 인간은 그리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다. 생각의 근육이라는 것이 있다면, 보통의 인간들은 이것이 매우 약하고 너덜너덜한 상태에 있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러닝 한 번 안 하고, 역기 한 번 들어 보지 않은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단련하지 않고 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데다 무엇보다 게으르기 때문이리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현대인의 문해력이 형편없다는 연구 결과를 자주 본다. 특별히 한국인의 문해력은 가히 최하 수준이다. 쉽게 말해 말을, 혹은 글을 제대로 이해해 내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생각하는데? 생각할 줄 아는데?


아니, 그렇지가 않다. 그것은 대단한 착각일 뿐만 아니라 거짓이며 오해에서 빚어진 자만에 해당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독서를 엄청난 양으로 해내면서 지능이 떨어지는 이를 많이 봤고, 동시에 말은 청산유수 내뱉으면서 생각 능력은 제로인 이들도 수없이 만났다. 이들은 왜 이런 걸까?


생각하는 동물, 생각 지능의 측면에서 읽기, 쓰기, 생각하기는 서로 연결되어야만 한다. 어느 한 가지만으로는 부족하거나 완전하지 않다. 이 세 가지 활동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 보완적이며 서로 영향을 미친다. 가장 먼저는 읽기 행위일 것이다. 무엇보다 많이 알고 정보를 축적하며 이것들을 상호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정보의 융합이다. 읽은 것은 걸으며 생각하며 곱씹어야 한다. 이 과정이 중요하다. 읽기만 하고 이를 곱씹어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아무리 많이 읽어도 휘발되고 쓸모가 없다. 정보와 정보가, 지식과 지식이 자신만의 색으로 버무려지지 않으면 아무런 영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버무려진 재료로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바로 쓰기, 말하기다. 이것은 표현이다. 이 과정이 결여되면 자기 주체성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 스스로 자기 자신의 의지, 철학, 가치관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바깥으로 꺼내짐으로써, 즉 아웃풋을 통해 새롭게 재정의된다. 그러니 말하지 않고 쓰지 않는 자, 곧 개성이 없는 자다.


읽기, 쓰기, 생각하기 중에 어느 한 가지가 결핍되면, 부족하면 인간의 표현과 지능, 문해력은 완전할 수 없다.


여기까지는 일상의 활동에서 즉 일터와 집, 사회, 각종 집단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내기 위한 기본 조건에 해당한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한다. 지위고하에 따른 역할도 있을 테고 가족 내에서의 다양한 역량도 필요하다. 이를 잘, 그리고 제대로 해내려면 모자람없는 인간으로서 바로 서 있어야 한다. 직장에서의 특수한 지위, 집에서의 남편, 아빠, 사위, 아들 등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대화해야 하고 적합한 단어를 써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쓰지 않고 읽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역할만 부여받은 수많은 인간들을 목격한다. 당연히 삐그덕거릴 수밖에. 좋은 아빠가 되고 싶고 믿음직한 남편 역할을 수행해 내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존경받는 상사, 줏대 있는 일꾼, 주체성 있는 성인이 되고 싶은데 이것이 어려워진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어떤 곳에서든 주어진 역할을 해내기 위한 기본 조건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가족을 단합시키고 아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주고 직장의 팀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면 자기 스스로 올바로 서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바람은 거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올바로 적절히 수행해 내는 인간이 되기 위해 읽고 쓰고 생각해야 한다. 어느 한 가지만이 아니라 이 세 가지 활동을 결합해야 한다. 끊임없는 순환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이란 대상을 알고 이해해야 한다. 자신의 무기가 무엇인지 발견해야 하고 그것을 사용해야 한다. 그것이 개성이고 주관이며 철학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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