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타인에게 설명할 자기 자신에 대한 서사가 필요하다
누구나 취업 시기가 되면 요술지팡이 같은 것을 찾게 된다. 합격을 부르는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 것이다. 요즘은 중고생들도 자기소개서를 쓰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때는 늦었고 준비된 것들은 부족하다. 종이와 펜을 놓고 무엇을 쓸지 몰라 고민하게 된다. 자기소개서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는 방송국, 신문사 면접 경험이 있고 현재 근무하고 있는 공영방송에서 면접관으로 들어간 경험도 있다. 당연히 지원자가 적어 놓은 장문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하기도 했다. 숱한 자기소개서를 읽어가면서 느낀 것이 있다. 자소서가 대개 천편일률적이란 점, 특색이 없다는 점, 그리하여 자기소개라고 하기엔 너무 밋밋하고 개성이 없다는 점이다.
자기소개서의 가장 강력한 밑천은 경험과 소신이다. 경험은 세상에 대한 이해에 관한 영역이고 소신은 그 과정을 통해 새로 태어난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이 두 가지는 가장 강력한 매력을 뿜는다.
경험과 소신. 안타깝게도, 우리사회 청년들에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기도 하다. 새장에 갇힌 새,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수동적으로 살도록 조련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길들여져 왔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지금 우리사회 환경에서 대학생이 되기까지, 그리고 사회에 나올 때까지 무슨 경험, 무슨 활동, 어떤 액티비티가 있을 수 있겠는가?
과거 조선시대에는 열다섯 살을 지학이라 했고 서른은 이립이라 불렀다. 즉 15살이면 학문에 뜻을 세우고 30이면 마음이 도덕 위에 확고하게 자리잡는 나이로 본 것이다.
오늘날 풍경에 비춰 보면 과연 우리 사회 열다섯 살이 지학의 나이인지, 그리고 서른 살이 이립의 나이인지 의문이다. 조선시대라면, 지학과 이립이 제대로 된 과정을 거치고 결과를 낸다면 사실 자기소개서 한두 장쯤 작성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으리라.
한 인간의 성장과 개성이란 과점에서 보면 지금 한국 사회는 조선시대보다 못하다, 는 것이 내 생각이다.우선 이 점을 탓해야 겠다.
어느 날 갑자기 소개할 자신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준비해 나가야 한다. 어쩌면 긴 시간이 필요하고 경험과 과정을 차근차근 쌓아나가야 할지 모른다.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면 거기에는 남들과 같거나 비슷한 자신이 서 있을 뿐이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목소리, 다른 지문, 다른 걸음걸이,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성이 없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렇게 본다면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돼 있다.
이 글을 읽는 독자가 몇 살이든, 누구이든 상관없이 한번쯤 되돌아보기 바란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바란다.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남과는 차별화되고 남과는 무엇이 분명 다른 자기가 있어야 한다. 그것 없이는 뚜렷이 소개할 내용이 없음을 인정하자.
자기소개서에 적힐 내용을 만들어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일부는 따라가더라도 일부는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나가야 한다. 자신을 알기 위해서다. 이것은 나이를 불문한다. 하루 24시간 중에 잠자는 시간 8시간을 제외하고 16시간이 있다고 할 때 8시간은 사회에 순응하되 8시간은 자신을 쫓는 시간으로 할애하는 것이 좋다. 이는 초중고생, 대학생, 청년 모두에게 권고하는 바이다.
둘째, 의미있는 경험을 하되 자신의 경험을 기록하라. 이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 줏대, 철학을 정립하라. 물론 모든 활동, 행위는 경험에 해당한다. 그러나 모든 활동과 행위가 의미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의미있는 일에 시간을 써야 한다. 여행과 독서는 가장 유의미한 경험에 해당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여행은 사치에 해당하고 독서는 무의미하다고 하는데 이는 귀담아들을 가치가 없는 말이다. 뭘 모르고 내뱉는 소리에 불과하다. 단언컨대 책이란 한 인간의 생의 결정체다. 위대한 인간이 남긴 생의 정수를 우리는 단돈 2만원도 안 되는 값을 지불하고 참고할 수 있다. 그것만큼 유의미한 간접 경험은 상상할 수 없다. 여행은 자신을 낯선 곳에 둠으로써 새로운 거울에 비친 자기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다. 익숙한 공간은 자신을 비춰보기에 알맞지 않다. 그것은 마치 매일 아침 동일한 요정에게 나 어때? 라고 묻는 것과 같다. 같은 대답, 뻔한 대답이 되돌아올 뿐인 것이다. 인간은 새로운 장소에 낯선 장소에 완전히 이질적인 분위기 속에 던져졌을 때 자신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이 두려운지, 무엇이 흥미로운지, 무엇이 편안한지 알게 된다. 이로써 지금 현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개성을 찾고 갈고 닦아야 한다. 이것은 자신만의 무기이자 특기, 장점, 기술에 해당한다. 글을 잘쓰든, 운동을 잘하든,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하든, 실제적인 능력, 실천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알았다면 그것을 기본값으로 해서 경험치를 늘려가자.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분야에 나가 쓸모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즉 자신을 알고 의미있는 철학을 지니며 실천적인 역량을 겸비한 이라면, 그 어디에서도 마다하지 않는 인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이다.
자기소개서엔 자신이 가진 독특한 경험 리스트와 개성, 팀에 녹아들 수 있는 데 필요한 사회성과 개방성, 겸손과 태도,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이 집단의 미래에 기여할 수 있는지 비전과 잠재력이 기록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만 충분히 적힌다면 그 이상의 자기소개서는 없으리라.
지금 당장 훌륭한 자기소개서를 적기에는 가진 것이 적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을 가지고 부족한 부분을 쌓아나가도록 하자. 책을 읽고 기록을 하고 여행을 가고 자신을 찾자. 자신의 개성을 발견하고 실천적으로 쓸모 있는 기술과 역량을 익히자. 이것은 비단 자기소개서를 위한 활동이 될 뿐 아니라 향후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 바탕 요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