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연을 소개할까 말까 망설였다. 특정인과 나와의 관계에서 벌어진 일을 공개한다는 것이 우선 나로서는 기쁜 일이나 상대방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니 말이다. 다만 이 글은 한 사람과 나 개인의 관계를 조명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일반론적으로, 내가 젊은이와 소통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기에 다루기로 결정 내렸다.
나는 올 한 해 동안 전국 각지의 여러 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언론 일반,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설명하고 언론의 목적, 언론의 책임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연이었다.
강연 이후 종종 이름 모를 학생들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강연을 다니고 난 후 가장 기쁜 순간이다. 누군가 나를 통해 생의 목표를 세우게 된다거나 방향을 찾는 일, 새로운 목적 의식을 갖게 되는 것, 용기를 얻는 것.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번에 연락이 온 학생은 자신이 영상기자가 되고 싶고, MBC에 지원해 면접을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누구라고 소개하는데 왠지 기억이 날 듯했다. 강연이 끝나고 나서 내 명함을 받아간 학생 중 한 명이리라. 그만큼 열정과 관심이 있다는 이야기다.
어, 나 누군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학생은 내 말에 기뻐했다. 정말요? 응, 정말.
방송국에서 뉴스 제작 일을 18년째 하고 있는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좋은 언론인, 좋은 기자, 많지가 않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임을 올바로 감당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늘 공동체의 사건사고에 관심을 기울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헤매는 자, 극소수라는 것을 체감한다.
한국이란 공동체는 좋은 기자를 염원하고 기다리지만, 점점 더 씨가 마르는 느낌이다. 안타깝지만. 우리 뉴스, 기사, 신문, 방송, 인터넷 언론, 수준이 한심스럽다.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나 이는 사실이다. 기레기란 말,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각성하고 다시 사작하며 사회에 쓸모있는 언론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으면 좋으련만, 그런 사람은 거의 찾아보질 못했다. 그저, 좋은 회사에 취직한 직장인이다. 그렇게 자신을 규정하고 행동하고 일한다. 대한민국 언론, 미래가 암울하다.
암울하다, 한국 언론의 미래!
나는 지금도 좋은 후배를 기다린다.
나부터가 좋은 언론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추어서는 안 되리라.
물론 기대가 이뤄지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짐을 감당해낼 만한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훌륭한 정치인, 제대로 일하는 공무원, 헌신적이고 날카로운 기자, 이런 이들은 아주 소수다. 불행한 일이지만.
나는 젊은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들이 어느 분야에서든지 훌륭하게 제 몫을 다 해내는 사람이 되기를 염원한다. 그들이 목표를 찾고 쓸모있는 존재로 변모해 나가는 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다.
우리 공동체엔 멘토가 부족하다. 젊은이들을 이끌어 주고 모범이 될 만한 이가 드물다. 내가 그런 사람은 못 되겠으나 작더라도 희망 혹은 길이 되어주고 싶다. 목표에 헌신하고 짐을 지고 희생을 감수하는 청년들을 만나고 싶다. 이 바람을 이루려면 나 자신부터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 움직이고, 말하고 행동하고 만나야 한다. 이 세상 젊은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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