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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는, 안녕하다

by 김정은

기자를 꿈 꾸는 이가 있는가? 아서라, 라고 말하고 싶다. 기자,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무슨 금뱃지를 두른 일이라는 뜻, 아니다. 기자, 제대로 하려면 어렵고 그 길이 험난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내공, 웬만한 담대함, 웬만한 투지가 없으면 주어진 본분, 사회가 기대하는 역할을 감당해내기 어렵다.


기레기, 안녕하신가요?


요즘, 기자들, 사람들은 기레기라고 부른다. 기자 + 쓰레기.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멸칭이다. 나는 이 단어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내가 언론사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이 단어가 만만하지 않고 그냥 흘려 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언론에 기대하고 염원하는 것들이 있다. 무엇보다 진실을 말하라, 는 것, 준엄한 엄명이다. 기자는 회사로부터 돈을 받지만 책임은 독자, 대중들을 향해 진다. 이런 특수성을 지닌 직업, 그리 흔하지 않다. 모든 직업이 그 영역 안에서는 최고의 선을 추구한다. 최고의 배관공, 최고의 교사, 최고의 바리스타, 최고의 셰프, 최고의 정치인을 우리는 기대하고 바란다. 그런 이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고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리라.


분서갱유. 말과 글, 말하는 자와 글을 쓰는 자는 옛부터 권력과 함께 가지 못했다. 흔히 독재라고 부르는, 전체주의라고 부르는 형태의 정치, 그런 식의 마인드를 장착한 권력이라면, 더더욱 언론을 장악하려 든다. 굳이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웬만한 사고력을 가진 이라면, 짐작하고도 남을 테니까. 사람들은 흔히 정치를 싸잡아 비판하는데, 그것, 좋은 태도가 아니다. 어느 분야든 싸잡아 비판하면 문제의 초점이 흐려진다. 그것은 제대로 된 비판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역설이다. 예리한 송곳을 가지고 썩은 부위를 골라내야 하고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분별해야 한다. 열심히, 성실히, 제대로 하는 정치인, 찾아보면 꽤 많다.


다시 돌아와서, 요즘 기자들, 한심하고 나약하기 이를 데 없는 것, 맞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솔직히 말해, 신입사원들을 매해 보는데 절망적이다. 그저 직장인으로 입사한 이들인 것만 같아서. 급여를 받고 주어진 일을 하고,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 이것들을 목표 삼아 다니는 것 같아서.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모순과 부조리 덩어리인데 어찌 이리 별일 없이 잘 지내는 건지? 토론도 없고 학습도 없고 발전하려는 의지도 없다. 딱 한 번, 자기 이익에 위배되는 것에는 핏대를 세우고 달려든다. 근무 조건이나 수당, 임금 인상 같은 문제 말이다.


언론사에 있다 보니 가장 꼴 보기 싫은 유형이 있다. 책상에 앉아 하루 종일 주식, 부동산 정보를 서핑하는 이들은 양반이다. 내가 가장 증오하는 이들은 자기 자식을 기자 시키려고 하는 자들이다. 이건 뭐지? 이 사람들, 아마 직장에 다니면서 꽤나 보람이 있었던 모양이 아닌가?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 요구되는 덕목이 무엇인지 분간하는 것은 기본이다. 식당을 차린 이는 가장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을 정성들여 내놓으려는 정신이 첫 번째가 아닌가? 나쁜 재료를 알고도 쓰고 맛에 대한 객관적 분별력도 없으면 식당을 차리면 안 된다.


사회는 좋은 것을 필요로 한다. 그래야 살 맛 나고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적어도, 이런 정신으로 일하겠지, 이런 마음가짐으로 했겠지, 하는 신뢰가 없다면 이미 절망적인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선진국이란 이런 믿음이 높은 공동체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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